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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상화’의 길 위에 선 상법 개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04 06:00
에너지경제신문 자본시장부 장하은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자본시장부 장하은 기자

“미국에서는 경영자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이른바 '뒷통수를 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 의사결정에 대해 주주들이 일정 수준의 신뢰를 보내는 것도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엄격한 제재가 뒤따르고, 제도적으로도 강력한 견제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자본시장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대목이다. 한국은 그간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일부 대주주 일가가 전체 주주 이익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회사 자금을 사익추구에 동원하거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비지배주주를 희생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는 '뒷통수를 맞는' 존재로 전락했고, 기업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는 좀처럼 쌓이지 않았다.


최근 상법 개정 흐름은 이 오래된 관행을 끊어내기 위한 시도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확대 등 비지배주주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하나둘 마련되고 있다.


덕분에 경영자나 기업이 이제는 비지배주주의 눈치를 실질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승계를 위한 인적분할'이라는 의심이 팽배했던 하나마이크론, 파마리서치, 빙그레 등이 경영진의 결정을 철회한 사례는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그동안 '선택적 고려'에 그쳤던 주주들의 권리가 비로소 법과 제도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이 늘어나면 경영 자율성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변화다. 기업 운영의 왜곡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도 높아진다. 정상화로 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유다.




이번 상법 개정은 하나의 변곡점이다. 한국 자본시장이 '특이하게 발전한' 기업 운영 형태에서 벗어나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출 수 있을지 가늠하게 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단기적으로는 부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 제고와 안정적인 투자 유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는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주주 모두의 이익을 향한 진정한 정상화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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