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소재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WEST) 전경. 사진=한화갤러리아
국내 백화점업계 빅4 중 하나인 갤러리아백화점이 무리수를 두지 않는 점포 확장 성향을 고수해 눈길을 끈다.
다소 보수적이더라도 신규 출점보다 기존 점포 효율화에 방점을 찍은 한편, 운영 주체인 한화갤러리아 차원에서 신사업인 식음료(F&B) 사업으로 투자 여력을 분산하는 분위기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갤러리아백화점은 경쟁사들과 달리 신규 점포 출점에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신세계백화점 등이 주요 지방 도시로 미래형 대규모 점포 설립에 고삐를 죄는 반면, 한화갤러리아는 2020년 개점한 광교점 이후 별다른 출점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한화갤러리아는 서울 압구정 명품관과 함께 경기 광교, 충남 천안, 대전, 경남 진주에서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개점한 광교점마저도 1995년 수원시 첫 백화점 타이틀로 문을 연 기존 수원점을 정리하면서 서울 서남권 거점 역할을 떠맡게 된 점포다.
백화점 사업은 한화갤러리아 매출의 약 90%에 이를 만큼 중요도가 높다. 그럼에도 경쟁사 대비 갤러리아백화점이 신규 출점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이유로는 실적 부진이 꼽힌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전 점포 매출 감소로 외형 후퇴한 가운데, 신규 출점 시 재무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지난해 갤러리아백화점 연매출은 2조7991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갤러리아백화점의 총 매출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하던 서울 명품관마저 약세를 보이는 점이 뼈아프다. 전체 갤러리아백화점 중 유일하게 거래액 1조원를 넘긴 서울 명품관의 지난해 매출은 1조17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줄었다.
한화갤러리아는 무리한 신규 출점보다 핵심 자산인 서울 명품관을 재건축해 점포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방향성을 두고 있다. 좁은 주차장 등 협소한 영업면적을 넓히고, 노후화된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서울 명품관의 웨스트·이스트 건물은 각각 1979년, 1985년에 지어져 노후도가 크다. 일부 리뉴얼이 진행됐으나, 영업면적도 2만7438㎡(약 8300평)으로 인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30%에 불과하다. 이를 재건축해 현 규모의 2배 이상인 5만9504㎡(1만8000평)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한화갤러리아는 본업인 백화점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백화점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F&B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한화갤러리아는 백화점 단일 사업 성과만으로 전체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사업 구조다. 따라서 신사업 육성으로 이 같은 위험 부담을 낮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일찌감치 신사업 테스트베드 구축 목적으로 건물도 마련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2년 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담동 소재의 건물을 연달아 매입했다. 현재 신사동 건물은 자회사를 통해 운영 중인 미국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1호점, 자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이 입점해 있다. 청담동 건물의 경우 향후 신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활용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다.
최근 들어 한화갤러리아가 2023년부터 F&B 1호 신사업으로 추진해 온 '파이브가이즈' 국내 사업권을 놓고 매각설이 돌면서, 일각에서는 서울 명품관 재건축 등을 위한 투자금 확보 차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한화갤러리아 측은 파이브가이즈 매각과 관련해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며“매각이 추진된다면 새 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와 서울 명품관 재건축 등 백화점부문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