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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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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실적’ SK하이닉스, 노조 ‘성과급 무리수’에 몸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29 14:30

노조 “직원 인센티브로 2조3000억원 달라” 임단협 교섭 결렬 선언

사측 ‘PS 1700% 이상’ 기준 추가 제시에도 접점 찾기 실패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순항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노조 리스크' 암초를 만났다. 노조가 인센티브로 2조3000억원을 지급해달라고 주장하며 올해 임금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조합원들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태라 전운이 감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전임직 노조는 전날 열린 '2025년 10차 임금교섭' 실패 이후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회사는 기존에 제시했던 낮은 임금 인상안과 성과급 기준안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고수했다"며 “어떤 조정 의지도, 타협 노력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우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강경 투쟁의 최종 국면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임금인상률 외 초과이익분배금(PS) 기준을 두고도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PS는 연간 실적에 따라 매년 1회 연봉의 최대 50%(기본급의 1000%)까지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다. 회사는 지난 2021년부터 전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개인별 성과 등을 연계해 PS를 지급해왔다.


올해의 경우 기본급 1500%의 PS를 주면서 추가로 자사주 30주씩도 지급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23조4673억원)을 달성한 데 따른 것이다.


사측은 임금 협상 과정에서도 개선된 PS 기준을 노조 측에 제안했다. 영업이익 10% 내 당해 연도 지급한도 재설정이 가능하고, 지급 한도 초과분 규모 및 지급 방식은 추가 논의하자는 게 골자다. 매년 발생하는 성과급 논란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사측은 지난달 열린 8차 교섭에서 기존 1000%까지 지급되던 PS의 상한선 기준을 1700%로 상향하자고 제시했다. 또 1700%를 지급하고 남은 영업이익 10% 재원 중 50%는 구성원들의 PS 재원으로 사용하자고 했다.


문제는 노조가 1인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측 제안을 무시하고 영업이익 10%를 모두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3조4673억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임직원 성과급으로만 2조3500억원 가량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회사가 작년 한 해 동안 쓴 연구개발(R&D) 비용(4조9544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를 앞세워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다. 올해 2분기 역시 영업이익이 9조21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5% 급등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에 적극 투자하면서 HBM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HBM 후발주자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들이 주주총회,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 등 공식석상에서 '위기', '마지막 기회' 등 단어를 언급하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나홀로 '성과급 잔치'를 벌일 시점이 아니라는 뜻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회사의 유연한 입장 변화에도 조합에서 일방적 교섭 결렬을 선언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연초 구성원에게 약속한 대로 새로운 PS 기준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사업장에서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는 않겠지만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수천만원씩 보상을 원하는 문화가 자리잡으면 장기적인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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