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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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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호르몬 정상이어도 키가 안자라는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27 18:09

하이키한의원, 성장부진 사례 113건 분석

스트레스·불면·긴장·영양 등이 영향 미쳐

빠른 사춘기·성조숙증, 성장 기간 짧아져


성장 클리닉

▲아이들의 성장에는 성정호르몬뿐 아니라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다. 사진=하이키한의원

성장호르몬 수치는 정상인데도 키가 자라지 않는 아동이 적지 않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021∼2024년 동안 하이키한의원에 내원한 9∼12세 아동 113명을 분석한 결과, 예상키가 평균보다 낮거나 현재 키가 또래보다 작은 아동의 상당수가 성장호르몬 수치가 정상이었다. 대신 이들은 성장을 방해하는 생활환경 요인을 다수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13명 중 성장호르몬 보조지표인 IGF-1 수치가 168 ng/ml 이하로 나타난 아이는 9명(8%)에 불과했고, 169∼200 ng/ml 사이의 '낮은 정상 범위'는 26명(23%), 나머지 78명(69%)은 성장호르몬이 충분한 정상 수치를 보였다. 즉 10명 중 9명은 성장호르몬 수치만 놓고 보면 호르몬 치료 대상은 아닌 것이다.


113명의 아동 중 성장호르몬 수치(IGF-1 기준)가 정상 범주(169 ng/ml 이상)였던 104명을 별도로 분류해 성장이 정체된 원인을 추적한 결과, 대다수의 아이들이 성장을 방해하는 복합적 생활환경 요인을 갖고 있었다.


분석은 의료진 문진과 생활습관 평가를 바탕으로 진행됐으며, 복수 요인이 중복으로 확인된 사례도 다수 포함됐다. 가장 많이 나타난 요인은 정서적 예민함과 만성적 스트레스(43%)였다. 해당 아동들은 수면 중 자주 깨거나 잠들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고, 낮에도 긴장·불안·무기력감 등을 반복적으로 호소했다.




의료진은 “정서적 긴장 상태가 교감신경계를 과도하게 자극해 성장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많이 나타난 요인은 영양 불균형(34%)이었다. 분석에 따르면 해당 아동들은 평소 인스턴트 식품 섭취 비중이 높고, 칼슘·단백질 등 뼈와 세포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 섭취가 부족하거나 편식 경향이 두드러졌다. 체성분 분석 결과, 뼈 건강 지표나 체중 대비 근육량이 평균보다 낮게 나온 사례도 적지 않았다.


운동 부족(29%) 역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1주일 기준으로 1시간 미만의 신체 활동만 하는 경우가 많았고, 학교 체육 외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생활 패턴이 확인됐다. 특히 운동량이 부족한 아동은 근육량 대비 체지방률이 높아져 성장판 자극이 줄고, 성장호르몬 반응이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도 소화기 허약(24%) 또한 성장 정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해당 아동들은 전반적인 식사량이 부족하거나, 자주 복통이나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체중이 또래 평균보다 낮거나 일정 기간 정체된 경우가 다수였으며, 소화기계 약화로 인해 섭취한 영양이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이키한의원 박승찬 대표원장은 “성장호르몬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몸이 자라기 위해 필요한 전체적인 환경(수면·영양·정서·활동 등)이 갖춰지지 않으면 성장은 쉽게 정체될 수 있다"면서 “수치 하나만으로 키 성장의 모든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분석 대상 아동 중 일부는 현재 키는 또래 평균 수준이거나 그 이상임에도 최종 예상키는 낮게 나오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춘기 진행이 빠르거나 성조숙증이 의심되는 사례로,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성장 기간이 짧을 것으로 예측되는 유형이다. 전문가들은 “성장이 빨리 시작된 경우, 성장판이 일찍 닫히면서 오히려 최종키는 작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성장호르몬 수치나 현재 키와 무관하게 예상키가 낮아지는 전형적인 '빠른 성장-조기 종료형' 패턴이다.


전체 아동 중 약 33%는 사춘기 진행은 정상 범위에 있으나, 현재 키 자체가 또래보다 작고 성장 속도도 평균 이하인 상태로 나타났다. 이 유형은 성장판은 아직 열려 있지만, 생활습관·영양·수면·정서 등 성장 환경이 부족해 예측키가 낮게 나오는 '성장 지연형'으로 분류된다.


이번 분석은 예상키가 낮게 나오는 원인이 단순히 유전이나 성장호르몬 이상 때문만이 아니라, 사춘기 속도와 성장 환경이 얼마나 조화롭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 연구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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