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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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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아무나 못해”…삼성·포스코가 물러선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27 15:15

압구정2구역, 조합 조건 부담에 삼성 불참…“리스크 회피”

포스코이앤씨도 개포7차 고심 끝에 손 털어

“건설사 경쟁력 아니라 조합 요구가 기준”…시장 역전현상 심화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분양가 규제와 고금리 여파로 정비사업 수주 환경이 전반적으로 녹록치 않은 가운데,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되레 조합이 '갑'이 되는 풍경이 확산되고 있다. 시공 능력은 물론 브랜드·자금력까지 검증된 대형 건설사들마저 잇따라 입찰을 포기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이기기 위한 입찰이 아니라 피하기 위한 판단이 늘고 있다"며 강남권 정비시장 내 '역전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에 시공사 입찰 불참을 공식 통보했다. 삼성물산은 “조합의 입찰조건을 검토한 결과, 대안설계 및 금융 조건 등이 지나치게 제한돼 당사가 준비한 제안들을 펼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현 입찰 지침으로는 월드클래스 설계와 디자인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물산은 압구정 맞은편에 전용 수주 홍보관인 'S.라운지'를 열고, 세계적 설계사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와 협업한 대안설계를 준비하는 등 수주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조합은 최근 대의원회를 통해 △대안설계 범위 축소 △금융조건 제한(CD+가산금리 고정) △이주비·추가지원 금리 제안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입찰 지침을 확정했고, 결국 삼성물산은 발을 뺐다.


포스코이앤씨도 비슷한 이유로 개포우성7차 수주전에서 철수했다. 당초 설계 제안서까지 준비하며 참여를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내부 판단에 따라 불참을 결정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조합 조건과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특정 조합이 사실상 특정 건설사를 '지정'하거나, 과도한 요구조건이 붙는다면 사업성 측면에서 수주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스코이앤씨는 수주 의지를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철수한 반면, 경쟁사인 대우건설은 김보현 대표가 진두지휘하며 강한 수주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개포우성7차는 개포지구 내 마지막 대형 재건축 단지로, 포스코이앤씨의 철수로 인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간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업계에선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건설사 경쟁력보다 조합의 입찰 조건이 수주 여부를 좌우하는 시대"라고 분석한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예전엔 시공사가 조합의 눈치를 보며 조건을 맞추려 했다면, 이제는 건설사가 조합의 조건을 보고 '들어갈지 말지'를 선별하는 분위기"라며 “사업성·리스크 판단이 우선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의 권한이 강해진 건 법적으로 당연한 구조지만, 사업성이나 일정, 분담금 문제 등 현실과 조화되지 않는 입찰 조건은 시공사와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요구는 오히려 시공사 이탈을 불러와 조합의 협상력만 낮추는 결과를 낳는다"며 “실제 수주전에서 '이기는 전략'보다 '빠지는 판단'이 늘고 있는 점이 시장 흐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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