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들의 투자손익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생명·손해보험사의 실적에서 투자손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투자손익 감소에 대한 민감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의 자산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보험 상품군의 수익성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손익 마저 꺾이면 성장동력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2023년 보험사들의 투자손익은 총 4조3431억원으로, 보험손익(13조3870억원)의 32.4%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는 이 수치가 50.2%로 변했다. 투자손익이 약 6조3000억원으로 높아진 반면, 보험손익은 12조5000억원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올 1분기에는 투자손익(2조3403억원)이 보험손익(3조1070억원)의 75%를 넘었다. 업권별로 보면 생보사는 투자손익(1조130억원)과 보험손익(1조1572억원)이 비슷했다. 손보사도 투자손익(1조3273억원)과 보험손익(1조9498억원)간 격차(6225억원)가 전년(2조1271억원) 대비 대폭 줄었다.
향후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손보업계는 2분기 보험손익도 우려하고 있다. 장마를 비롯한 자연재해로 일반보험과 자동차보험 등의 손해율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차보험은 보험료 인하도 이뤄진 까닭에 이미 적자구간에 접어든 곳이 많다. 선거를 비롯한 정치 이슈가 지나가면 업계의 고충을 수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올해의 경우 내년에 지방선거가 열리는 탓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전운전자를 위한 보험료 할인, 언더라이팅 강화 등 보험금 지급 축소를 위한 노력에도 적자 탈출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도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의 2분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투자손익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기존 보유 채권의 평가이익 증가로 실적이 높아질 수 있으나, 신규 투자자산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탓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논리다. 투자손익 감소는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생보사는 손보사 보다 금리에 더 민감하다.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상품을 다수 보유하는 특성상 금리 하락에 따른 부채 평가액 변동이 자산 증가폭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고금리 시기에 판매했던 확정금리형 상품은 운용수익률이 지급이율을 밑도는 역마진 현상도 발생 가능하다.
실제로 1분기 생보사들의 투자손익(1조130억원)은 13.6% 하락했다. 삼성생명(5344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9.9% 늘었음에도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의 실적 악화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이같은 우려의 기저에는 주요국 보다 안정지향적인 자산운용 규제가 깔려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위험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했다가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 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저금리를 비롯한 매크로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은 국내에서도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있으나, 자산운용 비율규제가 기존 형태를 유지하는 등 사전적·정량적 통제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킥스도 자산집중위험에 대한 평가를 강화한 제도로 판단했다.
'솔벤시Ⅱ' 도입 등을 통해 사후적·위험관리 중심으로 바꾼 해외사례도 소개했다. 영국은 특정 자산의 보유한도를 제한하는 대신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 내재된 시장·신용·유동성 위험 등을 지급여력평가에 반영하는 체계를 적용했다. 감독당국이 보험사의 투자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독일도 전체 위험에 대한 내부관리체계와 책임을 감독당국에 입증해야하지만, 선관주의원칙에 따라 자산운용의 자율성을 보장 받는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일본 역시 총자산 대비 자산유형별 투자비율 상한이 정해졌다가 부동산·외화자산 등에 대한 한도를 폐지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업계 관계자는 “요양사업·펫보험을 비롯한 업권별 신사업이 규제에 묶여 개화하지 못하는 동안 주력사업이 타격을 입으면 성장성 확보가 요원해진다"며 “자산운용의 경우 비율규제로 인해 시황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손실을 내는 등 오히려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