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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CET1·유가’ 동반 불안…금융지주, 비상시나리오 꺼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23 17:28

4대 금융지주, 중동정세 악화에 비상모드
美 이례적 행보에 금융시장 여파 ‘촉각’

환율·유가·인플레이션…증시도 충격 예상
금융사 자산건전성 영향에 주주환원 부담도

은행권

▲미국의 이란 핵시설 직접 타격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함에 따라 국내 금융권의 경계감이 높아졌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국내 금융권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 환율과 유가가 흔들려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데 더해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면서 금융권 자본건전성 전반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우리금융그룹은 임종룡 회장 주재로 '중동 상황 관련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 주말 동안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면서 국내외 경제·금융 시장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른 것이다. 임 회장은 원·달러 환율 상승, 주가지수 하락 등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에 대비해 시장 점검과 함께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는 △그룹의 유동성·자산건전성·자본비율 등 수시 점검 △정부의 대응책 면밀히 파악 △기업RM 등을 통해 거래기업의 상황 파악 △시장과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IR 실시 △ IT 안정성 확보와 정보보안체계 재점검 등을 요구했다.


KB금융과 KB국민은행도 글로벌 포함 전반 금융시장 모니터링 강화에 나선 한편 자본시장 손익의 일별 점검에 들어갔다. KB금융의 비상 대응 체계는 신속 대응을 위한 지주 전 임원과 계열사 주요 임원이 참여해 상시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은 시장 변동성 확대와 금융·실물경제 위기 대응을 위해 △내·외부 자금흐름 현황과 조달금리 상황 실시간 모니터링 △위기 상황에 대비한 비상조달 및 공급계획 점검을 진행 중이다. 자본 적정성 유지를 위해 관계사별 일별 자산증감 모니터링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신한금융도 시장 변동성 확대 대응을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한 상태다.


금융권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주말인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함에 따라 국내 금융권의 경계감이 높아진 영향이다. 금융사들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등 필요 시 유동성 확보와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 수립해 둔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

미국이 이란 핵 인프라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행동에 나선 건 전례가 없었던 행보다. 외신에 따르면 이는 중동 지정학을 재편할 수 있는 수준의 극적인 긴장 고조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이란의 보복이나 더 광범위한 지역 분쟁 촉발, 핵 확산에 대한 의문 등이 퍼지면 세계적인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국내 금융시장과 금융권 전반에 퍼질 여파에도 촉각이 모인다. 우선 중동 분쟁이 심화해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1400원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4원 오른 1375.0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고점을 높여 장 중 한 때 1380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미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박도 시작된 상태다. 이날 오전 7시 30분 기준 다음 달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는 3.36% 올라 배럴당 76달러를 넘었다. 유가가 급등하면 수입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곧바로 국내 물가 상승 압력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진다.


자본시장과 증시에도 충격을 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금융 및 외환시장이 출렁이면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커질 수 있고,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반도체 업종과 수출주 중심으로 주가 하방 압력이 커지게 된다.


이런 현상은 국내 금융권 자산건전성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환율이 치솟으면 금융사 외화자산 가치가 변동하고 위험가중치가 증가해 자기자본비율(CET1)이 하락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이 0.01~0.03%p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은 자본건전성이 악화하면 배당 여력 감소로 이어져 주주환원 정책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확전될 경우 환율·유가·금융시장 영향이 현재보다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른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부담과 실물경제 충격도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24시간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하며, 시장 불확실성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이날 정진완 은행장 주재로 추가 긴급 임원회의를 개최해 대응방안을 수립했다. 임 회장은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원·달러 환율 상승, 주가지수 하락 등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차분하게 담당업무에 전념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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