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중 한국해사협력센터 해양환경팀장이 '2026 선박용 바이오 연료 상용화 간담회'에서 IMO의 환경 규제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의 온실가스 감축 압박이 국가 수출을 좌우하는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실적인 탈탄소 대안으로 '선박용 바이오 연료'가 주목받고 있지만 복잡한 배출 계수 산정과 폭등하는 연료비 부담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와 관련해 선주와 화주의 실질적인 비용 분담 논리와 함께 다가올 친환경 연료 수요 폭발에 대비해 아시아 벙커링 거점을 선점하려는 인프라 확충 전략을 심도있게 다루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소재 서울 가든 호텔에서는 '2026 선박용 바이오 연료 상용화 간담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한국해사협력센터(KMC)와 울산항만공사(UPA)가 공동 주관했다. 현장에서는 선박용 바이오연료를 둘러싼 규제 대응책과 현실적인 공급망 확보 전략이 화두에 올랐다.
◇패러다임 바뀐 IMO 규제…선·화주 비용 분담으로 돌파구 찾는다
국제해사기구(IMO) 차원의 온실가스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IMO의 환경 규제 방식은 과거 선박 안정성 중심의 특정 기술 요건 충족 여부를 따지던 규칙 기반(Rule-based)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국가 간 공정한 전환을 포괄하는 전략 기반(Strategy-based) 규제로 완전히 바뀌고 있다. 단기 조치인 탄소 집약도 지수(CII) 역시 개별 선박과 선종별 운항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가 드러나며 전면 개편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한 혼합 바이오 연료의 배출 계수 산정 방식이 기존 에너지 기준에서 실제 벙커링 단위와 일치하는 '질량 가중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는 발열량이 낮은 바이오 연료의 특성 때문에 화석 연료 비중이 과대 계산되던 통계적 왜곡을 바로잡은 조치다. 아울러 지속 가능성이 인증되지 않은 바이오 성분은 명확히 화석 연료로 분류해 배출량 산정의 일관성과 규제 신뢰성을 높였다.
황 팀장은 “단순히 규정 이행 여부만 확인하던 1차원적인 규제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는 2028년 도입될 중기 조치를 앞두고 경제적 요소 협상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선박용 바이오 연료가 온실 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전과정 배출 계수 요건과 지속 가능성 인증의 한계를 둘러싼 입장 차이도 첨예하다. 산업 현장에서는 화석 연료와 섞어 쓰는 혼합 연료가 주로 쓰이는데, 가중 평균된 온실 가스 집약도 수치만으로는 IMO의 넷제로 보상 기준을 통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산업계는 바이오 혼합 연료 전체가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일정 기준 이하의 배출 계수를 충족하는 순수 바이오 성분 자체의 감축분만큼은 친환경 연료(ZNZ·Zero and Near Zero Emission Fuel)로 인정해 별도의 보상 실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유럽과 환경 단체는 ZNZ 보상을 장기 유망 연료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팽팽한 의견 차를 드러냈다. 물리적 이동 없이 인증서만 거래하는 '북앤클레임' 방식 역시 이중 계산이나 특정 지역 혜택 집중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정교한 규칙 설계가 숙제로 남아 있다.
하승만 한국선급 수석은 “연료 전주기 정보 라벨 검증 과정에서 선사의 민감한 영업 데이터가 노출될 우려가 있는 만큼, 집계 데이터를 엄격히 보호하고 분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대식 HMM 기술혁신연구소 책임이 '2026 선박용 바이오 연료 상용화 간담회'에서 다중 연료 선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장기 공급 계약을 선점해야 한다고 설파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규제 변화에 맞춰 선사들도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바이오 디젤은 기존 내연기관 엔진의 개조 없이 즉각적인 탄소 감축을 이끌어내는 인센티브가 명확한 수단이다. 하지만 화석 연료 대비 2~3배에 달하는 높은 가격과 향후 육상·항공 산업과의 원료 쟁탈전에 따른 공급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상용화를 가로막는 최대 약점이다.
연간 3억 톤 이상에 달하는 막대한 글로벌 선박 연료 수요를 단일 바이오 연료만으로 감당하며 대응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극심한 연료 공급 불확실성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장기 공급 계약은 물론, 메탄올·에탄올·바이오 액화 천연 가스(LNG) 등 다양한 연료를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는 다중 연료 선대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서대식 HMM 기술혁신연구소 책임은 “특정 친환경 연료 하나에만 목을 매는 시대는 완전히 저물었다"며 “다변화된 선대 믹스 전략만이 해운사의 유일한 생존 조건"이라고 설파했다.
▲변재남 현대글로비스 환경경영팀장이 '화주사 탄소 감축 전략 관점의 선박용 바이오 연료 활용'을 주제로 발언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선사의 탈탄소 압박은 화물을 맡기는 화주에게도 직접적인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의 녹색산업 규제 강화에 따른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는 자동차의 전과정 평가에 해상 운송 배출량을 포함시켜 아시아산 차량의 보조금 획득을 사실상 차단했다. 특히 빈 배로 운항하는 공선항차 비율이 높은 자동차 운반선은 탄소 집약도가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산출된다.
탄소 운송 배출량이 보조금 지급을 판가름하는 핵심 단계로 부상하면서 탄소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도 커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선사 협의체는 운항 특성을 반영한 독자적인 해상 운송 배출계수 개발과 국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나아가 막대한 친환경 연료 전환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감축 실적을 원하는 화주에게만 이를 떼어 배분하는 '스플릿 리포팅' 방식이 새로운 밸류체인 상생 모델로 추진되고 있다.
변재남 현대글로비스 환경경영팀장 “친환경 벙커링은 선사만의 과제가 아니고 화주와 선사가 비용과 실적을 투명하게 나누는 연대가 정착돼야만 수출길을 지켜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무탄소 시대…벙커링 거점 선점 나선 항만과 산업계
▲배상희 울산항만공사 물류전략실 차장이 '울산항 바이오·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거점 추진 전략'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규빈 기자
바이오 연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공급망 확대가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다가올 친환경 선박 연료 수요 폭발에 대비해 항만 인프라도 빠르게 재편 중이다.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행위를 뜻하는 벙커링 활성화를 위해, 454만 KL 규모의 압도적인 상업용 탱크터미널 클러스터를 보유한 울산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 허브로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이미 바이오 연료·LNG·메탄올·암모니아 등 다품종 친환경 연료의 벙커링 실적을 모두 확보한 상태다.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자동차 운반선이 바이오 혼합연료를 급유할 경우 척당 최대 1000만 원의 현금을 지원하고, 친환경 선박의 항만 사용료를 대폭 감면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가동하고 있다.
배상희 울산항만공사 물류전략실 차장은 “2027년까지 벙커링 통합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용 항만시설을 대폭 확대해 동남권 친환경 벙커링 생태계의 중심축을 완성하겠다"고 언급했다.
▲2026 선박용 바이오 연료 상용화 간담회 현장. 사진=박규빈 기자
친환경 연료 전환 과정에서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체 연료인 메탄올과 에탄올을 선박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적 장벽은 사실상 사라져 관련 추진선의 운항·발주 물량은 이미 450여 척을 넘어섰다. 하지만 화석 연료 대비 3배 이상 비싼 저탄소 연료 가격과 상류에서의 안정적 원료 공급망 확보가 여전히 보급의 최대 장벽으로 남아 있다.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되는 저탄소 연료의 대규모 생산을 이끌어내려면 투자 불확실성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환경 규제가 확고한 잣대로 작용해 시장에 지속적인 수요 신호를 보내야만 에너지 기업들의 대규모 공급망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다.
임재훈 DNV 수석은 “전 세계적으로 계획된 저탄소 연료 생산 프로젝트를 실제 해운 시장의 공급 물량으로 잠금 해제하는 것은 결국 해운업계의 확실한 구매 의지와 규제 동력에 달려 있다"고 했다.
▲정미홍 SK가스 팀장이 바이오 'LNG 시장 및 LNG 벙커링 경쟁력'을 주제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규빈 기자
현재 전 세계 친환경 추진선 발주량의 80%를 차지하며 시장을 선점한 LNG는 과도기적 브릿지 연료를 넘어 장기적인 생존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여러 기준들을 고려할 때 LNG가 확실한 경쟁력이 있으며, 기존 LNG 벙커링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무기다.
기존 LNG 추진선은 물리적인 엔진 개조 없이 바이오가스 기반의 Bio-LNG를 그대로 섞어 쓸 수 있어 2039년 이후의 중장기 탈탄소 규제까지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해법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SK가스는 울산 코리아에너지터미널에 국내 최대인 1만 DWT급 벙커링 전용 부두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2027년부터는 자사의 1만8000 CBM급 벙커링 전용 선박을 투입해 화물 하역과 연료 급유를 동시에 진행하는 동시 작업 서비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정미홍 SK가스 팀장은 “부산항의 컨테이너선과 울산항의 자동차선 수요가 밀집된 지정학적 강점을 극대화해 싱가포르나 중국 등 경쟁 국가와의 벙커링 인프라 격차를 벌리겠다"고 공언했다.
취재 지원=김수미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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