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주요 에너지 공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등급 상승세를 보였다. 한전은 2022년도 평가에서 D등급(미흡)으로 하락한 이후 올해 A등급으로 회복하는 등 에너지 공기업 전반이 재무 개선과 정부 정책 이행 노력을 인정받으며 성적 반등에 성공했다.
20일 기획재정부의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전, 한수원, 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가스안전공사가 A(우수)등급을 받았다.
서부발전, 중부발전, 지역난방공사도 B(양호)등급으로 선방했다. 일부 발전사는 중대재해 발생 기관으로 지목되며 안전관리 측면에서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D등급으로 성과급 반납까지 거론됐던 가스공사는 B등급으로 올라섰지만, 아직 회복세는 불안정하다는 평가다.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자료=기획재정부
한전 A등급 복귀…“정부와 긴밀한 재무개선 공조 주효"
한전은 2022년도 평가에서 32조6552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D등급을 받았다. 이에 따라 기관장 경고, 성과급 반납 압박까지 받았다. 이후 2023년 4조5416억원 적자로 좁혀졌고, 2024년 8조3647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지난해 B등급으로 올랐고, 2024년 실적을 반영한 이번 평가에서는 A등급으로 재차 상승하며 재무 안정화 노력이 본격적 성과로 이어졌음을 입증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의 연료비 연동제 일부 복원,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완화, 그리고 한전 자체의 비핵심자산 매각 및 긴축 경영 기조가 평가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A등급 상위권' 발전공기업…한수원·남동·남부·동서 '우수' 대열
올해 평가에서 한수원, 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은 모두 A등급을 받으며 탄탄한 운영 성과를 이어갔다.
한수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 등급을 유지했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 추진, 원전 정비율 감소 등 운영 안정성과 더불어 국내외 수주 성과 등도 높게 평가됐다. 다만 감사등급이 C등급에 머물며 내부 통제 측면에서의 개선 여지는 남았다.
남동발전은 3년 연속 A등급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이어갔다. 발전믹스 다변화 전략 수립과 전력 생산단가 개선이 반영된 결과다.
동서발전 역시 A등급을 받았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안전관리 성과, 인력운영 효율성 등이 고루 향상됐다. 2022년 S등급을 받았던 기세는 아니지만, 여전히 경영 효율성과 공공성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남부발전은 지난해 B등급에서 올해 A등급으로 상승했다. 직무급 운영 체계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아, 성과 기반 조직 운영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 이에 따라 2026년 인건비 인센티브도 추가로 부여받게 됐다.
'중부·서부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은 B등급
중부발전, 서부발전과 가스공사, 지역난방공는 B등급으로 양호한 성적을 받았다.
중부발전은 재무구조 개선과 전원계획 실행력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중대재해 발생 기관으로 지목되며 기관장 경고 조치를 받았다. 안전관리 체계 보완이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부발전은 노후 석탄설비의 효율화, 수소·암모니아 혼소 실험 등 에너지 전환 대응이 성과로 이어졌고, ESG 성과 확산 노력과 노사관계 안정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지역난방공사는 지역 기반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열배관 정비 강화, 그리고 감사등급 '우수(A)' 획득을 통해 내부 통제 체계의 우수성까지 입증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D등급에서 올해 B등급으로 두 단계 상승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재무위험기관 1순위로 지목되며 D등급을 받았고, 당기순손실 증가로 임원 성과급 삭감 대상이 된 바 있다. 다만 지난해에는 연료비 조정과 가스 수입 구조 개선 노력,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응 등이 성과로 반영됐다. 그러나 당기순손실 구조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완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에너지공기업 전반적 양호한 성적, 중대재해 발생으로 경고 다수…이제는 지속가능 경영으로 가야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평가는 단순 재무 지표를 넘어, 정부 정책 이행과 사회적 책임 수행, 내부 통제 체계 등 종합적 요소가 작용한다. 올해 양호한 성적은 재무건전성 회복 노력, 직무급·성과급 운영 체계 정비, 안전관리·중대재해 대응, 기후·에너지 전환 정책 이행 실적이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사망사고가 발생한 12개 기관 중 현재까지 재임 중인 기관장 10명에 한전, 중부발전, 한전KPS가 포함됐다. 서부발전은 이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올해 6월 발생한 사고가 내년에 반영될 전망이다. 경영지표는 개선됐지만 안전관리와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한 지적을 받은 점은 분명히 보완할 지점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공공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E등급(아주미흡)을 받았다. 공단은 지난해 186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2조5668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에너지 공기업 다수가 B등급 이상을 획득하며 전반적인 경영 안정세로 접어든 것은 분명한 성과다. 하지만 중대재해 발생, 감사 미흡, 구조적 적자 문제는 여전히 잠재 리스크로 남아 있다"며 “이제 과제는 '등급 상승'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공공성 강화'와 '위기대응 체력 확보'에 있다. 내년 평가에서는 에너지 공기업이 성과 유지와 구조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