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협력업체 근로자 사망 사고 이후 한국서부발전은 물론 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중부발전 등 발전공기업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당 사고는 한전KPS의 작업지시에 따라 진행된 작업 중 발생했으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이 제기되며 책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임기 초에 터진 사고라는 점에서 정치적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어 업계 전체가 비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또 사고 나면 사장단 전면 교체될 수도"...발전사들 '안전 강화 조치' 속속 발표
17일 에너지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 고위층에서는 이미 발전공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 “사고 재발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발전과 한전KPS는 물론, 남동·남부·동서발전 등 전 발전사 사장단이 일제히 안전 점검에 착수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태안화력 사고 이후 각 발전사들은 긴급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부발전은 사고 직후 사고 원인 정밀 조사와 함께 전 현장의 고위험 작업에 대한 외부 전문가 점검을 시작했으며, 한전KPS 역시 하청 관리 체계와 작업 지시 프로토콜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또한 일부 발전사에서는 안전 담당 임원 직속 비상점검반을 운영하거나, CEO가 직접 주관하는 안전 회의를 매일 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대선 전날인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께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한국파워O&M 소속의 김충현씨가 혼자서 작업하던 도중 옷가지가 회전체에 빨려 들어가면서 끼임사고로 숨졌다.
충남지방경찰청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지난 16일 오전 10시 경부터 발주처인 한국서부발전과 제1, 2차 하청업체인 한전KPS, 한국파워O&M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당일 작업 현황과 절차적 문제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태안화력발전소는 2018년 비정규직이던 김용균씨가 작업 도중 숨진 곳이기도 하다.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산업안전보건법이 강화됐지만 또 다른 산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노동자 죽음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 관계 당국은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히고, 위법 사항이 드러날 경우 책임자까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모든 노동자가 안전한 대한민국은 구호로 끝나서는 안된다. 반드시 실현해야 할 국가의 책임이다. 고인의 죽음이 또 하나의 경고로 끝나지 않도록, 저 이재명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통령이 철저한 사고 조사와 재발 방지를 강조함에 따라 발전업계에서는 안전 점검 및 조치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직 수습과 경영 공백 해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는 지난해 6월 임기를 마친 한전KPS 김홍연 사장의 후임 제청을 아직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신속한 인사 마무리를 통해 조직 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시민사회 “책임자 처벌과 제도 개선 요구", 정치적 파장도 부담…“이재명 정부 첫 시험대"
발전소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사고의 책임이 단순 현장 작업자나 하청업체에 있지 않다"며, 한전KPS와 서부발전 경영진의 공식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공공기관의 무책임한 관리 체계가 사고를 유발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은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실용주의 에너지 정책과 안전 중심 노동정책을 병행하겠다는 기조를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 문제에서 정부가 실제로 얼마나 강경한 조치를 취할지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권 차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산업부가 한전KPS의 경영 공백을 조속히 해소하고, 각 발전공기업의 안전 강화 방안을 체계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