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세관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하면서 행인 4명이 다쳤다.
정부와 보험사 및 유관기관이 도로 및 인근의 안전 강화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사회적인 문제를 개개선하고 수익성을 지키려는 이해관계가 시너지를 내는 셈이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10.8%이었던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지난해 19.2%까지 증가했다. 올해는 20%로 상승하고, 2036년과 2050년에는 각각 30%·40%에 달할 전망이다. 고령화 흐름이 '드라이버'들의 연령 증가로 직결되는 셈이다.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막론하고 급발진 의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도 인구구조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고령 운전자들은 시력·신경·근육을 비롯한 신체 및 인지기능이 상대적으로 낮은 탓에 비고령 운전자 보다 반응시간이 20% 가량 길다. 멈춰야하는 것을 깨닫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미다. 이들이 사고 후 차량이 급발진했다고 주장했으나, 검사 결과 브레이크 대신 '풀악셀'을 밟은 경우가 많았던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보험사들은 페달 오조작 사고 중 65세 이상 운전자 비중이 25.7%로 가장 높았다고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최근 5년간 분석한 급발진 의심 사고 88.2%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었으며, 오조작으로 판명난 운전자의 평균 연령이 64세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나머지 11.8% 역시 차량이 대파된 탓에 감정이 불가능한 사례가 포함된 만큼 실제 수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향상에 페달 오조작 사고가 일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사고는 연쇄추돌로 이어지는 등 큰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이 지속적으로 안전운전하는 고객의 보험료를 5% 추가 할인하는 특약을 개발하는 등 손보업계는 최근 안전운전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화재도 원데이 자동차보험에 적용 가능한 무사고 환급 특약을 선보인 바 있다. 안전운전이 고객과 가족의 건강 뿐 아니라 보험사의 실적도 지키는 첨병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지난 4월 '빅5(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5.1%로 전년 동기 대비 4.9%포인트(p) 높아지는 등 올해 적자가 확실한 것도 언급된다. 정부의 상생 압력으로 보험료 인상이 사실상 막힌 구조라면 들어오는 돈이 줄더라도 지출을 아끼는 것이 낫다는 전략이다. 통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대 초중반이 손익분기점(BEP)으로 평가된다.
재정적 여력 부족 등으로 신차 구매 및 첨단장치 마련이 쉽지 않은 고령 운전자의 특성에 맞춰 직접적인 지원도 단행하고 있다. 보험연구원도 고령 운전자 차량의 첨단 긴급제동 시스템(AEBS) 장착률이 전체 자동차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들어 사고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보협회는 경찰청·한국교통안전공단과 고령운전자 대상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무상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고속도를 제한하고, 정차 또는 저속 주행 중 급가속 조작이 발생하면 이를 제어하는 안전장치 구입에 필요한 재원은 손해보험 사회공헌협의회가 조성한 기금으로 충당한다.
1차로 충북 영동·충남 서천·전남 영암·경북 성주 등 5개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 운전자 200명을 선정하고, 올 하반기에 700명을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이 고도화·상용화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라며 “일부의 문제를 이유로 전체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 면허 반납을 강제하는 것은 비판의 소지가 있고, 인센티브를 지급해도 반납률이 매우 저조한 만큼 현실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