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밝혀온 '주 4.5일근무제'의 도입을 두고 금융권 관심이 쏠린다. 업권 내부적으론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 입장이 갈리는 가운데 실제 도입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10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산별중앙교섭을 진행 중이다.
금융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노사 간 협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주 36시간 근무 △금요일 오후 영업 종료 △영업개시시간 9시 30분으로 연장 △야간·조기 출근 근절 △점심시간 동시 사용 등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2019년부터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추진해온 금융노조는 지난해부터 주 4일제 도입을 목표로 하는 4.5일제 실시를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주 4.5일 근무제의 단계적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이런 주장이 탄력을 받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참석한 대선토론회에서도 이 대통령은 “임금 감소 없이 4.5일제로 가야 된다"며 “앞으로 우리가 점진적으로 타협을 통해 나아가야 된다"고 언급했다. 새 정부는 장기적으로 주 4일제 도입을 목표로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권은 지난 주 5일제 도입 당시에도 시범적으로 가장 먼저 참여한 바 있어 이번에도 전 업권 중 우선적으로 해당 제도를 도입하게 될 지 이목이 모인다. 실제로 금융노조는 지난 2002년 7월 시중은행장과 임금 및 단체협약을 통해 산업계 내에서 가장 먼저 주 5일제를 도입했다. 이후 정부는 2003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주 5일제를 시행했다.

▲금융산업 사용자 측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아직까지 바로 시행하기엔 시점상 이르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현금자동인출기 모습.
현재 금융노조 측이 근무일수 축소를 주장하는 건 근로시간 축소가 선행돼야 저출산 문제 해결과 여가시간 증대에 따른 소비 진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입장에서다. 특히 금융업권은 근무시간의 단축이 절대적인 생산성 저하로 연동되지 않는다는 특성을 이유로 금융사들의 선제적인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금융노조가 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95%의 찬성률로 같은해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도 했던 만큼 올해부터 이런 행보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투쟁 당시 금융노조는 “금융권조차 출산율이 대폭 감소했다. 정부가 사활을 거는 저출산 극복의 핵심이 '일터에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산업 사용자 측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아직까지 바로 시행하기엔 시점상 이르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불편을 야기할 수 있는데 대안이 충분치 않다는 점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미비하다는 점에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대체로 공공성이 요구되는데 충원 없이 근무시간을 줄이면 시민의 불편이 야기될 수 있어 4.5일제 도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앞서 은행이 최대 실적을 기록해 왔기에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외부 시선이 곱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 영업점은 디지털 소외계층인 노인이나 직장인 등 오프라인 창구를 이용하는 수요가 많은 편이다. 이에 은행권은 근무 단축이 곧바로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이에 실제 도입을 위해선 인력 충원이나 영업점 운영 방침 조정, 소비자 불편에 따른 대안책 마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선행돼야 해 단기간 내 전면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다만 '허가산업'을 영위하는 금융권 특성상 정부가 이미 공식적으로 추진 입장을 밝힌 상황이기에 향후 입장의 변화도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법제화 하겠다며 지속적으로 밝혀왔는데 정부 정책에 따라 업권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