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지성 기후에너지부 기자
노동자 인권을 강조한 정부가 출범하자 마자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인명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대선 하루 전인 2일 한전KPS의 하청 노동자가 작업 중 목숨을 잃은데 이어 9일에도 태안화력 옥내저탄장에서 한 노동자가 쓰러져 심정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관은 이 외에 지난해에도 2건의 인명사고를 냈다.
이쯤 되면 개별 작업장이나 노동자의 실수로 돌릴 수 없다. 구조의 문제다. 죽음의 원인이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노동자의 삶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자신이 어린 시절 소년공으로 일하며 위험과 열악함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 존중'과 '산업재해 근절'은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강조된 정책 기조였고, 취임 후 중대재해처벌법 엄정 적용 원칙도 재확인했다.
이번 태안화력 사고 직후 대통령 비서실장이 유족을 찾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포함해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사고 현장을 찾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말이 행동으로 이어질지 노동계와 국민 모두가 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망사고에 한전KPS와 관할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책임도 회피할 수 없다. 안전총괄자인 한전KPS 사장은 지난해 6월 이미 임기가 종료됐으나 현재까지 연임 중이다. 지난해 말 이사회와 주총에서 신임 사장이 내정됐지만, 산업부가 여전히 임명을 미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기관의 책임있는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를 기대하긴 어렵다.
노동계가 이번 사고를 두고 정부와 여당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뿐인 중대재해처벌법, 보여주기식 유가족 위로에 그친다면 이재명 정부의 '노동 존중' 선언은 공허한 구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름 그대로다. 사업장에서 사람이 죽으면 최고경영자가 책임지는 시대가 왔다. 이는 노동자의 권리 이전에, 국가가 법으로 보장한 인간의 생명권이다. 대통령이 강조했던 노동자의 삶을 지키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태안화력 사고는 단지 한전KPS나 서부발전, 발전공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새 정부가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행동으로 증명할지 여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사고 기관의 말이 면피성이 아니라, 이번에는 그 말이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