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본회의장
국민의힘이 '거여(巨與)'의 입법 공세에 속수 무책이다. 12.3 비상계엄을 동조, 또는 묵인했다는 '원죄'에 강경 대응할 명분을 잃었고, 대선 패배 후 당내 분란이 심해지면서 자체 동력도 상실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6.3 대선 승리를 계기로 이른바 3대 특검법안 등 숙원 법안들을 속속 통과시키고 있다. 그동안에도 과반수 의석을 활용해 법안을 통과시키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가로 막혔다. 국회에서 재의결하려면 200석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했지만 국민의힘이 똘똘 뭉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6.3 대선 패배 후 국민의힘이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으로 내분이 가속화되면서 강경한 반대에 나설 동력이 사라졌다. 또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들이 대선 결과에 따라 여론의 탄력을 받아 대항할 뚜렷한 명분도 모자라다. 12.3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씨 등의 각종 비위 의혹,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고 관련 외압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한 3대 특검법은 사실상 이번 조기 대선을 초래한 배경이 된 사건들을 다룬 것으로 국민적 공감대가 높기 때문이다.
내란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내란·군사 반란 등 11개 범죄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채상병 특검법은 사망사건 사고 경위와 수사 방해 의혹 등을 다룬다. 검사징계법 개정안은 법무부 장관에게 검사 징계 청구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비롯해 명태균 연루 불법 여론조사 등 16가지에 대한 수사를 내용으로 한다. 윤 전 대통령 내외를 필두로 보수 진영 전반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지난 5일 재발의한 상법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을 공산이 매우 크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것과 '3% 룰' 뿐 아니라 전자투표 의무화,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등을 담고 있다.
재계에서는 소송 남발,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위협을 비롯한 경영 리스크 확대를 이유로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꾸준히 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민의힘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소액주주 보호,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에 대한 요구가 컸던 만큼 민주당에서도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주류에서 수적 우위를 앞세워 반대 당론은 유지했으나, 친한(한동훈 전 대표)계 의원과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반대표를 던지며 내부 결집도 되지 않고 있다.
향후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거 거론되는 법안은 공직선거법·형사소송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이들 개정안도 국민의힘에서 목소리를 높여 반대했던 사안이지만, 지금처럼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지리멸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법관 증원은 사회적인 반발이 크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당론 정리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반면 공직선거법 개정의 경우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재판이 오는 18일 열리는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재직 기간 중 형사재판을 중단하는 것도 민주당이 추진 중인 주요 법안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불법 대북 송금을 이유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8개월·벌금 2억5000만원·추징금 3억2595만원을 확정받았다. 이 대통령도 대북송금으로 별도 기소됐으며, 수원지법에서 1심 재판이 이뤄지고 있다.
해당 재판은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을 보고했는지 여부 등을 따져보는 것으로, 지난달 27일에 이어 다음달 22일 2차 공판 준비기일이 마련됐다. 다만 이 대통령이 '검찰이 소설을 쓰고 있다'는 발언을 해왔고, 재판부도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들어 재판을 중지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