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택에서 나오는 이재명 후보 (인천=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3일 밤 인천 계양구 자택을 나서며 주민과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5.6.3 jjaeck9@yna.co.kr (끝)
제21대 대통령선거의 열기는 어느때보다도 뜨거웠다. 3일 오후 11시 기준 잠정 투표율이 20대 대선보다 1.8%포인트(p) 높은 78.9%로 집계됐다. 1997년 15대 대선(80.7%) 후 최고치다.
지역별로는 사전투표부터 투표 열기가 뜨거웠던 호남이 압도적이었고, 보수세가 강한 대구·울산도 평균치를 웃돌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촉발된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하며 진보층 유권자의 투표 심리를 부추겼다. 보수 유권자도 정권 교체론에 맞서 결집한 양상으로 풀이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1만4295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투표에 전체 유권자 4439만1871명 중 3500만4540명이 참여했다. 78.9%의 투표율은 2000년 이후 치러진 대선 중에선 가장 높은 수치다. 2000년대 역대 대선 투표율을 보면 19대(77.2%), 20대(77.1%) 18대(75.8%) 순이었다. 16·17대까지 포함시킨 2000년대 평균 투표율은 약 73%다.
지역별 투표율은 광주가 83.8%로 전국 19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전남과 세종, 전북도 각각 83.5%, 83.1, 82.5%를 기록하며 82%를 넘겼다. 20대 대선에서도 광주(81.5%) 전남(81.1%) 전북(80.6%) 순으로 투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진보 성향이 강한 호남을 중심으로 투표율이 높게 나타난 건 정권 심판과 교체에 대한 열망이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엄과 내란, 탄핵으로 이어지기까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투표 참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최대 승부처로 꼽힌 수도권도 지난 대선보다 투표율이 올랐는데, 정치권에선 '정권 심판' 성격의 투심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77.9%를 기록한 서울은 79.3%로 집계됐다.
이재명 당선인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에게 '정치적 기반'으로 꼽히는 경기 지역에서는 78.4%로 나타났다. 지난 20대 대선과 동일하게 평균 투표율에 미달했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제주(73.4%)였고, 뒤이어 충남(74.8%) 충북(76.1%)의 순이었다. 두 지역은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투표율이 평균치를 하회했다.
울산은 80.1%를 기록하며 영남권 중 유일하게 80%를 넘겼고, 사전투표율이 25.63%로 가장 낮았던 대구는 79.9%까지 올랐다. 경남은 78.5%를 기록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 여론과 별개로 '반(反) 이재명' 여론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이 당선인은 이날 자정 현재 **%의 지지율로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역대 최고 득표율인 18대 대선의 박근혜 후보 51.55%를 경신했다. (또는, 약간 못 미치는 기록이다, 로 대체)
2위 김 후보를 10%p 이상 큰 격차로 제쳤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0.73%p차이로 아깝게 패했던 것과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수치다.
이처럼 과반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이 확실시 되면서 이 당선인의 국정 드라이브에 힘이 붙게 될 전망이다. 이 당선인은 더구나 원내 의석 170석의 압도적 다수를 점유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통합정부 구성에 있어서도 여유를 갖고 국정운영의 강력한 동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보수 진영의 단골 승리 공식인 호남을 제외한 영남, 충청, 수도권, 강원 등이 역포위하는 선거 전략이 무위로 돌아간 것도 눈에 띈다.
이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항상 우세를 보여 왔던 호남에선 8대1의 압승을 거뒀다. 게다가 수도권, 강원, 충청 지역에서도 김 후보에 비해 10%p 이상 앞섰다. 특히 잘해야 20~30% 득표에 그쳐왔던 PK 지역, 즉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에게는 '마의 장벽'으로 여겨졌던 40%를 훌쩍 넘는 득표율로 '터줏대감'격인 보수 정당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비록 TK 지역에선 여전히 20%대의 득표에 그쳤지만, 보수의 '호남 포위 전략'을 뒤짚는 범진보 진영의 'TK 포위 전략'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같은 지지율을 내년 지방선거때까지 유지할 경우 PK 지역은 물론 TK 지역에서도 광역자치단체장 등 상당수의 당선자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TK 지역당'으로 쪼그라들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연령대별로도 이 당선인은 70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세대에서 김 후보를 압도했다. 특히 4050 세대는 이 당선인에게 '몰빵'한 상태다. 과거 보수 성향이 강했던 60대 마저도 이른바 86세대들의 노령화로 진보 성향이 강해지면서 이 당선인의 '안방'이 된 모양새다. 다만 2030세대에서 지난 대선때보다도 5~10%p 낮은 지지율을 획득한 것은 과제로 꼽힌다.
김 후보는 내심 목표로 했던 40% 득표율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차후 정치 일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 김 후보는 40%를 넘길 경우 향후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구도를 점령, 대선 패배 후 이어질 보수 진영 재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역대 최대 득표차로 패배하면서 당권 획득 가능성이 다소 멀어졌다는 평가다. 김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 전광훈 등 극우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서 당의 중도 확장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애초 목표로 알려졌던 10%대 득표에 실패하면서 '젊은 세대'의 새로운 정치 실험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5% 안팎의 득표에 그쳤다. 다만 수도권의 2030세대들 사이에선 20% 안팎의 지지를 얻어 희망을 남겼다. 1, 2차 TV토론때만 해도 젊은이 다운 순발려과 공격력으로 이득을 봤지만 3차 TV토론때 불거진 '여성 혐오 발언'의 후폭풍이 컸다는 분석이다. 또 성상납 의혹이나 '갈라치기 정치' 이미지를 벗지 못했고, 젊은 세대 다운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