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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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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입주자에 왠 한강조망권?”…소셜믹스 논란 확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29 14:49

서울시 ‘같은 단지, 같은 대우’ 소셜믹스 원칙 흔들

강남·여의도 조합들 “시장 안 맞는 실험” 강하게 반발

일부 단지선 벌금 감수하고 임대 배치 회피…사실상 무력화

전문가 “물리적 배치만으론 한계…설계·운영 병행돼야”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6일 서울 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초고령사회 대응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예온 기자

서울시가 강조해온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재정비 사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소셜믹스(분양주택·임대주택 섞어 배치)' 원칙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단지 조합들은 소셜믹스 원칙에 따라 임대주택들에게도 한강 조망권을 나눠주라는 시의 지침에 대해 수익이 떨어지게 하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미 입주가 끝난 단지들에선 소셜믹스가 시행됐음에도 임대주택 입주자들이 소외되는 등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설계나 커뮤니티 같은 소프트웨어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최근 간부 회의에서 “소셜믹스의 본질적 철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대주택 수를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제도 운영 방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시가 추진해온 '소셜믹스 의무 배치' 방침이 재건축 현장에서 마찰을 빚자 절충점을 찾으려는 것이다.


소셜믹스는 특정 동에 임대주택을 몰아 배치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임대와 분양을 같은 동·층에 섞어 배치해 사회적 통합을 유도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강남과 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선 적용 과정에서 조합과의 마찰이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다. 시가 사실상 '한강뷰 임대주택' 배치를 요구하자 조합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조합이 시 지침을 수용하긴 했지만 일부 조합원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고 공개 비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도 갈등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시는 임대와 분양을 구분하지 않고 공개 추첨 방식으로 배정하겠다는 방침을 유지 중이나, 조합원들 사이에선 “임대주택이 한강변에 배치되면 일반분양은 조망이 없는 저층에 밀릴 수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아울러 “소유주에게 손해가 되는 재건축이라면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소셜믹스 원칙이 사실상 무력화됐다.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일반분양과 임대주택의 동·호수 추첨을 분리해 사실상 두 유형을 구분 배치했다. 시는 이를 문제 삼는 대신 조합에 20억 원의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타협했다. 조합 입장에선 벌금을 감수하고서라도 분양 수익성을 지키는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실제 조망권 프리미엄의 가치는 크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랩장은 “압구정 등 핵심 강남권에서는 조망 여부에 따라 5억에서 10억 원, 강서권은 2억에서 3억 원 정도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며 “소셜믹스 단지도 가격이 하락하기보다는 상승 폭이 제한되는 수준이며, 레미안퍼스티지처럼 장기전세가 포함된 단지가 여전히 대장주로 평가받는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후퇴는 물리적 배치만으로는 통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조합들이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익을 더 내고 상품성을 유지하기 위해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혼재하는 소셜믹스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설계와 운영의 묘를 살려 거부감을 없애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각 동 1층에 임대와 분양 세대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용 라운지나 카페를 조성하고, 층별 공유 테라스나 커뮤니티 가든을 마련하며, 입주자 대상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연스럽게 교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설계, 동선, 커뮤니티 공간 등 구체적인 구조 설계 없이 단순히 섞는 데 집중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졌다"며 “임대주택을 단지에 단순히 배치하는 것을 넘어서, 주민 간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물리적이고 운영적인 보완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현장에선 임대 세대가 커뮤니티에서 소외되거나 자녀가 놀림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물리적 배치만으로 사회 통합을 기대하기 어렵고,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공유 공간 설계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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