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C현대산업개발 '보타닉 그린하우스(왼쪽)'와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용산 스카이브릿지. 사진=HDC현대산업개발·포스코이앤씨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 1구역 수주전이 단순한 기술력이나 시공능력을 넘어 외관 디자인 경쟁으로 번졌다.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은 도심형 리조트 콘셉트의 '보타닉 그린하우스'를, 포스코이앤씨는 물결을 형상화한 '웨이브 디자인'과 프리미엄 철강 마감재 '포스맥'을 앞세워 조합원들을 유혹하고 있다. 총 사업비 약 1조원 규모로, 단지 외관 디자인이 분양가·브랜드 이미지·청약률은 물론 향후 자산가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 1구역 수주를 위해 최근 부지의 44%를 녹지로 구성하고,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과 협업한 테마형 정원 및 커뮤니티를 앞세운 '보타닉 그린하우스'를 제안했다. 에버랜드 조경 노하우를 접목해 8개 테마정원, 6개 광장, 다양한 산책로를 포함한 도시형 리조트 단지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HDC현산 관계자는 “고급 단지는 외관만으로 차별화되기 어렵다. 조경 특화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핵심 요소"라며 “보타닉 그린하우스를 통해 도시형 리조트라는 새로운 주거 모델을 제시하고, 용산에 걸맞은 감성 설계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한강 물결'에서 영감을 얻은 곡선 외관 '웨이브 디자인'으로 맞선다. UN스튜디오와 협업해 단지 전체를 하나의 흐름 있는 조형물처럼 설계했으며, 랜드마크 동은 항공뷰에서 꽃이 피어나는 듯한 형상으로 표현됐다. 단지 중심에는 스카이브릿지를 배치해 한강과 남산 조망을 극대화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용산은 남산과 한강 사이의 중간 지점으로, 자연을 품은 도시 경관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기획했다"며 “대형 물결부터 상가와 오피스텔 테라스의 잔물결, 조경까지 전반적으로 물결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외장 마감에는 프리미엄 철강재인 '포스맥'이 적용된다. 알루미늄보다 부식에 강하고, 스테인리스보다 경제성이 높은 소재로, 빛에 따라 외관 이미지가 달라지는 특성도 갖췄다. 회사 관계자는 “포스맥은 도시적 세련미와 기능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소재로, 햇빛에 따라 반사되는 질감이 차별화된 외관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설계 대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 입지인 만큼 외관에 담긴 예술성과 조형성이 수요자의 선택을 가를 수 있다"며 “조합이나 수요자가 감각적으로 반응하는 설계는 분양성과 시세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정비창 전면 1구역은 미군기지 반환 부지로, 향후 국제업무지구와 연계 개발이 예정된 핵심 지역이다. GTX-B(수도권광역급행열차) 노선과 신분당선 연장 등 교통 호재, 한강 조망, 용산공원과의 연계성까지 더해져 분양가 및 자산가치 기대가 큰 곳이다. 업계에 따르면 외관 특화 단지는 일반 단지 대비 5~10% 이상 높은 분양가 형성도 가능하다.
건설업계는 이번 경쟁이 단순한 설계를 넘어 브랜드 전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HDC현산이 감성 중심의 조경 특화 전략을, 포스코이앤씨는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전략을 각각 펼치며 브랜드 가치를 주도하는 방식의 수주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시공사 선정 결과는 6월 중순 발표될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 용산 수주전이 외관 디자인이 건설사 브랜드와 분양 성패는 물론 향후 부동산 시장에서 '디자인이 곧 자산가치'로 연결되는 흐름을 공식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