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연준의장(사진=AFP/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제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며 기준금리를 재차 동결하자 첫 금리인하가 언제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연준은 7일(현지시간)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던 지난 1월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로써 한국(2.75%)과 미국 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으로 1.75%포인트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기준금리를 당장 조정하기보다는 경제 상황을 더 관망하기 위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성명에서 “경제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증가했다"며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증가할 리스크도 커졌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큰 폭의 관세 인상이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 경제성장 둔화, 실업률 증가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연준의 이중책무(최대 고용, 물가 안정) 중 어떤 게 더 대응이 시급하냐는 질문에 “우리는 관망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우리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관망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꽤 낮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관세 등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표가 나와야 연준이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BNP파리바의 제임스 에겔호프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지표에 결정적인 변화가 없다면 FOMC는 금리를 무기한으로 동결해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며 “FOMC는 다음 통화정책 결정이 침체로 향하는 경제상황에 따른 금리 인하인지, 아니면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됨에 따라 더욱 긴축적인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FOMC 회의 이후 연준의 금리인하 베팅을 줄이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6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이 전날 68.8%에서 하루만에 79.9%로 오르는 등 '6월 동결론'이 대세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또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3회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39.0%로 가장 커졌다. 1주일 전만 해도 시장은 연 4회 인하를 예상하고 있었다.
연준이 금리를 내릴 가장 유력한 시점은 7월(56.6%)로 지목되고 있지만 7월 금리 동결 가능성이 전날 21.9%에서 현재 31.2%로 10%포인트 급등했다.
연준 이사회 선임 고문을 역임했던 듀크대학교 엘렌 미드 경제학 교수는 “6월까지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제적 지표가 없을 것"이라며 연준의 첫 금리인하 시점과 관련해 “가장 이르면 7월쯤으로 생각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론 9월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이 금리를 실제 내릴 것이란 확신은 없다"고 했다.

▲2017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연합)
이런 가운데 미 백악관은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지만 파월 의장과 정책에 대해 항상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들이 관세에 대한 잘못된 경제 모델링을 한 것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연준)은 '월가에선 관세가 경제 침체를 부를 것'이라고 말한다"라면서 “반면에 우리는 매우 강한 고용 지표를 갖고 있으며, 그들이 예측한 인플레이션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해싯 위원장은 그러면서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맞서는 것은, 조 바이든(전 대통령)이 돈을 찍어내고 지출하면서 20%의 인플레이션을 창출했을 때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그들의 모델이나 정치적 견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진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와 내년 미국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의 로니 워커와 엘시 펭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올해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을 기존 3.5%에서 3.8%로 올렸다. 내년에도 2.3%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3월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2.6%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관세 정책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여 관세가 가격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상쇄하기보다 증폭시켰다"며 “중국 수입품에 대한 엄청나게 높은 관세율은 수입 수요를 중국에서 생산 비용이 높지만 관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동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