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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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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너지포럼] “과도한 정치 개입으로 에너지 시스템 붕괴…서생적 원칙과 상인적 현실감각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01 15:00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 ‘서울에너지포럼 2025’ 탈정치화 주제 발표
정치 개입이 에너지 위기 반복시켜…에너지안보 중심 방향 전환해야
시장 자율성과 재무 규율 지켜야…새로운 ‘정치-에너지 계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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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 주최로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날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서울에너지포럼 2025'에서 '에너지정치vs에너지경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병욱 기자

“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면 경제는 효율성을 상실하고 장기적으로 탄력을 잃게 된다. 에너지 정책에 있어 정치의 개입은 불가피하지만,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가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개최한 '서울에너지포럼 2025'에서 에너지 시장에 대한 정치의 과도한 개입을 비판했다.


박 교수는 “경제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에, 정치는 권력 획득과 행사에 초점을 둔다"며 “에너지처럼 정치와 경제가 충돌하는 분야에서는 원칙과 현실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의 핵심 가치를 안보, 환경, 자원 배분으로 나누고, 각 영역마다 정치와 시장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박 교수는 “에너지는 평시에는 경제의 젖줄, 전시에는 국가의 생명줄"이라며 “미국이 카터 독트린부터 셰일가스 혁명까지 에너지를 전략 자산으로 활용해온 역사를 보면, 에너지는 국제 정치의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천연가스를 산업·외교·안보 수단으로 삼으며 에너지 패권을 강조했고, 이는 정치가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정부 개입이 시장 실패를 보완할 수 있지만, 반대로 정부 실패로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표적 사례로 베네수엘라의 석유 국유화와 가격 통제로 인한 에너지 시스템 붕괴, 미국 캘리포니아의 시장 설계 실패로 인한 전력 위기를 꼽았다.




국내 상황에 대해선 “전기요금이 정치적으로 억제되면서 한전의 재정이 악화됐다"며 “요금이 시장 원리와 무관하게 결정되다 보니, 산업용 전기가 가정용보다 비싼 왜곡된 구조가 생겼다"며 “이로 인해 기업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고,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서도 “2050년까지 매일 원전 1기 규모의 무탄소 에너지를 확보해야 가능한 수준인데, 현재 계획과 실행력을 보면 현실성이 부족하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수급 불안과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한 “탈원전 정책은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했고, 생태사회주의적 사고가 반자본주의 이념과 결합해 정책에 과도한 영향을 미쳤다"며 “정상적인 민주주의 정책 설계 과정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끝으로 “정치가 시장에 개입할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조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신념과 실행 사이의 균형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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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양훈 인천대 교수가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 주최로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날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서울에너지포럼 2025'에서 세션1 '에너지 정책의 탈정치화' 좌장을 맡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병욱 기자

박 교수의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사회자와 토론자 모두 정치의 과도한 개입이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며, 탈정치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를 냈다.


좌장을 맡은 손양훈 인천대학교 교수는 “이번 포럼은 갑작스럽게 열린 자리가 아니라, 정치가 에너지에 다시 개입하려는 국면을 우려하며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손 교수는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 구조를 택해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며 “정치 개입이 이 모순을 심화시키고 위기를 반복시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 세계가 에너지 안보 중심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고 있는 만큼, 정치가 에너지 공급 확대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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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이화여자대 교수가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 주최로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날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서울에너지포럼 2025'에서 세션1 '에너지 정책의 탈정치화' 패널을 맡아 토론하고 있다. 사진=유병욱 기자

김윤경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이제는 에너지와 정치가 슬슬 헤어질 때가 됐다"며 “박주헌 교수 발표는 단순히 감정적 주장이 아니라, 실제 국내외 사례를 들어 에너지의 탈정치화를 이론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한 발표였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이라는 키워드가 특히 인상 깊었다"며 “정치는 무조건 빠져야 한다는 접근보다는, 성과를 낼 수 있는 범위에서만 개입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자국을 위해서 에너지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필수재라고 말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게 누구를 위해서 좋은 건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다른 국가들도 에너지를 정치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국민들이 합의를 일단 어느정도 하고 사회에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이와 반대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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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 주최로 지난 30일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날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서울에너지포럼 2025'에서 세션1 '에너지 정책의 탈정치화' 패널을 맡아 토론하고 있다. 사진=유병욱 기자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어떤 경우에 정치하고 에너지가 좋은 관계를 맺게 되느냐 했을 때를 생각하면 (에너지산업에서) 재산권을 만들어주고 경계를 정확하게 설정해주면 거래 비용이 줄어드는 선순환 관계가 있다"며 “하지만 정치적인 것들이 너무 이상화돼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포퓰리즘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최근 극단적인 탄소중립 흐름도 포퓰리즘의 성향을 띄고 있다고 봤다.


즉 정치가 에너지산업에 건전한 시장 조성 등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탄소중립이라는 정치적 논리에 매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전력요금, 전력시장 갈등,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등 지금 일어나고 있는 많은 문제의 배경에는 정치적 규제 실패가 있다"며 “요금도 정책도 모두 악순환의 국면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치가 개입하더라도 최소한의 재무 규율과 법적 절차는 지켜야 한다"며 “지금은 정치와 에너지가 새로운 계약 관계, 즉 '뉴 콤팩트'를 맺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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