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3조7388억원의 호실적을 거뒀으나, '4조 클럽' 가입을 위해서는 비은행 계열사들의 선전이 필수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달 출범 예정인 '함영주 2.0' 체제에서 종합금융그룹의 면모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금융지주 순이익에서 비은행 계열사들의 순이익은 6270억원으로, 전년(1730억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그룹 기여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5%에서 15.7%로 높아졌다. 하나증권의 흑자전환과 하나카드 수익 창출력 향상이 이뤄진 덕분이다.
하나금융은 인수합병(M&A) 보다는 본업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그간 외연 확장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 있는 매물들의 '가성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다. 카드사 실적 향상 솔루션이 될 수 있는 롯데카드는 지난해 3분기까지 1025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으나, MBK파트너스가 3조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을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오가닉(외형) 성장 없이는 실적 확대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불거진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보험 계열사 인수에 나서는 것처럼 하나금융도 보험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나생명이 700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보험사 순위에서 하위권에 위치한 탓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재무구조 등을 이유로 KDB생명 인수를 포기했으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것도 언급된다. 롯데손해보험도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회사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것도 M&A 필요성을 높이는 요소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하나은행의 연간 순이자마진(NIM) 하락폭을 5~6bp 수준으로 전망했다. 금리 인하 시기에 저원가성예금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여수신 포트폴리오 변화 등으로 NIM 관리 능력도 높아 다른 은행들 보다 선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룹 기여도에서 은행의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하나금융지주로서는 고민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비은행 기여도가 높아진 것도 하나은행 순이익 하락이 일정 부분 작용했다. 업계에서도 하나금융지주의 실적이 하나은행에 쏠린 점을 지속적으로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비은행 부문 실적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하나증권의 수익성도 아쉽다는 것이다. 지난해 2251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간 그룹차원에서 진행한 유상증자 등으로 지난해 상반기말 기준 5조8000억원이 넘는 자기자본을 보유하면서 대형 증권사 반열에 들었음에도 2조4000억원 규모의 하나카드(2217억원)와 유사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3.85%에 머무른 가운데 여전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올해 하나증권 이익 증가폭을 전년 대비 10%대로 예상하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재신 하나금융지주 최고리스크책임자(CRO)도 지난 4일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그룹의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이 은행 보다 30bp 가량 낮은 원인으로 하나증권과 하나저축은행을 지목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 등 비은행 실적이 2021년 수준으로 높아지면 그룹 ROE가 개선될 수 있는 만큼 지주 차원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