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30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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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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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의료체계 붕괴 탈출구는 없나] 소아의료 살리기 정부대책 ‘빛 좋은 개살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14 16:20

■ 대한아동병원협회 제언 연재기획
⑥ 이지웅 대한아동병원협회 울산지회장 (울산 서울아동병원장)

이지웅 대한아동병원협회 울산지회장(울산 서울아동병원장)

▲이지웅 대한아동병원협회 울산지회장(울산 서울아동병원장)

보건복지부(복지부)가 그동안 발표한 소아의료 살리기 대책은 참으로 많다. 붕괴된 소아 의료체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고 언론플레이를 한다. 그런데도 소아의료 체계는 더욱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왜 그럴까?


복지부가 지속적으로 발표해 온 소아의료 대책들이 의료현장에서는 이미 실패했던 대책들의 재탕, 삼탕에 지나지 않는다고 필자는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러니 발표된 대책들이 실효를 거둔다면 그게 이상하다. '빛 좋은 개살구'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하나씩 뜯어보자. 소아청소년과(소청과) 필수의료 지원 대책이라며 발표한 3000억원 중 실제 소청과 의원과 병원을 운영하거나 근무하는 의료진에게 직접 가는 지원은 약 500억원 정도다. 1인당으로 따지면 한 달에 약 40만원에 불과하다.


젊은 의사들이 3D(3대 기피과)로 알려진 소청과를 지원하는 동기를 만들어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도 소아과·소아병동 근무를 기피하는 판에소송이라도 걸리면 몇 억원을 물어줘야 하는 판결이 난무하는 소아의료 현장에서 젊은 전공의들에게 그 지원금이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전공의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공의 수당 월 100만원 지급한다는 언론보도는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반복된다. 그 정도면 기사의 가치가 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 실제로 받았다는 전공의도 없다. 그것 또한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효과는 있다. 이런 정부 대책이 브리핑 등을 통해 수차례 나오다 보니 전공의 월 수당이 꽤 많다고 생각되는 지 사람들은 의사들을 욕한다. 당연히 욕 많이 먹는 소청과는 지원하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젊은 의사들의 선택이다.


문제는 이 대책 역시 앞서 의료 붕괴 위기를 겪고 있는 흉부외과 같은 다른 진료과에서 십 수년 전부터 시행했다가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는 점이다. 다시 테이블에 위에 올릴 필요가 없는 정책이었다.


전공의가 유입돼야 소아응급실이 '입원진료를 통한 배후 진료, 최종진료'가 가능해질 텐데, 소청과 필수의료 지원 대책이라며 입원진료도 하지 않는 대형종합병원에 수십억씩 지원된다. 정작 배후 진료와 최종진료를 책임지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아동병원에 대한 지원은 없다.


'소아진료의 허리', '24%의 소아진료를 담당하는 아동병원', '일도 열심히 하고 환자 위해 애쓰는 건 계속해라' 해 놓고는 지원은 언젠가 될지 모르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소아 의료체계를 새로 건설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정책인지, 정책 의도를 모르겠다. 정책 의도를 알 수 없으니 역량 있는 젊은 의사들이 지원할 리가 만무하다.


아동병원에서 엄청나게 많은 환자를 보며 근무하던 의사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급여도 좋고 업무량도 좋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전담의사나 입원 전담의사로 빠르게 이동한다.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에 소아 청소년과 활성화 정도가 이번에 새롭게 포함되어서 이런 사단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동병원들은 열악한 소아 의료체계 하에서도 환아와 보호자와 언제나 함께 하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휴일·주말·야간 가릴 것 없이 1년 365일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진료를 하고 있는 곳도 많다.


그러나 이번에 기존에 발표된 필수 의료 지원 대책과 3차 상대가치 개편안을 종합해 보면 무늬만 개선이지, 상급병원 위주의 정책일뿐더러 오히려 열악한 아동병원 경영 상황은 더욱더 악화하고 있다.


필수의료 대책들도 생색내기에 급급하지 실제로 소청과 진료를 하고 있는 일선 의료기관과 병원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하다. 대표적인 게 6세 미만 초진환자 정책 가산 대책이다. 엄청난 혜택을 준 것처럼 홍보하고 있으나 현장에서의 그 효과는 들어가는 노력과 홍보에 비해서는 미미하다.


오후 8시 이후 심야 가산료 대책도 마찬가지다. 심야에 진료하면 진찰료를 200%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진찰료 전부가 아닌 기본 진찰료(진찰료 70% 정도에 해당됨)에만 200% 가산했다. 게다가 오후 8시 이전에 내원해 접수하고 기다리다 8시 이후에 진료하는 환자들 경우에는 심야 가산에 해당되지 않는다.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해 소아에 대한 진찰료 현실화가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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