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왼쪽),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사진=한미그룹
OCI그룹과 통합을 계기로 창업패밀리 모녀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이 딸인 '임주현 경영체제'를 대내외로 과시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28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정기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주주들에게 모녀 경영의 확고한 구축과 함께 주주들에게 지지를 요청하는 시그널을 보낸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이날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전략기획실장)을 그룹 경영총괄 부회장을 승진 발령했다.
이는 27일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임주현을 한미그룹 적통이자 창업주 고 임성기의 뜻을 이을 승계자로 지목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지 하룻만에 부회장 승진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아울러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발령했다. 박 대표는 1993년 한미약품 제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다수의 개량신약 개발에 참여했고, 한미약품그룹 생산관리부문 총책임도 맡았다.
같은 날 통합 파트너인 OCI측 서진석 OCI홀딩스 및 계열사 부광약품 사장이 한미약품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돼 임주현 체제에 힘을 실어주었다.
서진석 한미약품 사내이사 선임은 앞서 지난 22일 한미사이언스 계열사 온라인팜의 우기석 대표이사가 OCI의 부광약품 각자대표로 선임된 것에 대한 호응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25일자로 한미사이언스 사장을 겸하고 있던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동시에 해임시켰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지난 1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 과정에서 배제된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및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두 형제가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두 형제는 통합 자체를 반대하고,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과 통합을 위해 2400억원 상당의 제3자배정 신주발행을 결정한 것에 불복해 수원지방법원(제31민사부)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러나, 수원지법은 지난 26일 형제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고, 두 형제는 항소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미약품그룹의 이어진 인사 단행은 28일 열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체제의 확고한 경영권 장악, 통합 파트너 OCI의 지지를 보여줌으로써 임종윤-종훈 형제의 반란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