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경 신라젠 대표가 지난 2022년 12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라젠 기업설명회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신라젠
신라젠이 신약 연구개발(R&D)에 1300억원을 투입한다.
이번 투자액은 국내상위 10위 제약바이오기업의 1년치 연구개발비에 해당하는 규모로, 신라젠은 신약개발 투자 확대를 계기로 신약 기술수출을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신라젠은 “지난 22일 공시를 통해 1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25일 발표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보통주 3450만주 신규 발행을 통해 이뤄지며, 1300억원 중 약 1138억원은 운영자금, 156억원은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신라젠은 운영자금의 대부분을 신약 연구개발에 사용할 방침이다.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역시 자회사인 신라젠바이오에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 관계자는 “자본조달 목적은 대부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라며 “현재 진행중인 파이프라인 개발 과정이 성공적으로 진척되고 있어 이를 확대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고 증자계획 배경을 설명했다.
운영자금 1138억원만 보면, 국내 R&D 투자액 상위 10위인 동아에스티의 연간 수준과 맞먹는 수치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R&D 투자액을 보면, 1위 셀트리온 3427억원을 필두로 △2위 삼성바이오로직스 3253억원 △3위 대웅제약 2066억원 △4위 한미약품 2050억원 순으로 투자했고, 10위 동아에스티도 1084억원으로 상위 10개사 모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신라젠의 최근 3년간 연구개발비용(2021년 75억원, 2022년 94억원, 지난해 101억원)과 비교해도 대대적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신라젠의 신약개발 투자 확대는 현재 진행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이 순항하고 있는데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라젠은 오는 4월 5~10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2024)'에서 현재 보유 중인 3개 파이프라인의 최신 연구결과를 포함한 총 4건 모두 채택돼 포스터로 발표할 예정이다.
항암바이러스 '펙사벡'과 관련해서는 위암의 신생혈관형성 억제에 관한 최신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펙사벡은 암세포에 침투해 파괴하는 '종양 용해 바이러스'를 활용한 항암제로, 직접 암세포를 파괴(용해)할 뿐 아니라 암세포를 성장시키는 혈관 생성을 억제해 종양을 사멸시키는 작용기전도 갖고 있어 다양한 암종에 활용될 수 있으나 개발이 까다롭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신라젠은 면역항암제 'BAL0891'과 항암바이러스 'SJ-600' 시리즈 등 총 3개 파이프라인으로 확대해 펙사벡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이번 AACR 2024에서 신라젠은 BAL0891이 기존 유방암과 위암 외에 비뇨기암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동시에, SJ-600 시리즈의 유방암 및 대장암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라젠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신약개발 투자를 확대해도 현재까지 금융 차입금이 없기 때문에 자본조달능력 및 재무상황은 국내 바이오기업 중 최상급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까지 최종 제품에 의한 매출은 없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의 개발속도를 높여 기술수출에 주력한다는 복안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펙사벡 임상 1b·2a상의 성공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파트너사 미국 리제네론과 비즈니스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번 자본조달이 완료되면 중장기적으로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고 리제네론 등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상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