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자녀들인 임주현·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왼쪽부터)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를 1주일 앞두고 한미약품 신약개발을 이끌어 온 임주현 사장에 힘이 실릴 발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20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오는 4월 5~10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회의(AACR 2024)에서 국내 참가기업 중 가장 많은 10건의 연구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AACR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불리는 세계 권위 학회로, 한미약품은 코로나 팬데믹때 주목받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플랫폼 기술을 비롯해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 자체개발한 약효지속기술 '랩스커버리' 기술 등을 활용한 신약개발 연구성과를 대거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지금까지 상용화된 치료제가 없는 p53(종양억제유전자) 돌연변이 암을 치료하는 'mRNA 플랫폼 기반 표적항암제' △대장암 등 다양한 암종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 'HM16390' △모든 암의 3분의 1 가량을 유발하는 돌연변이유전자 'KRAS'를 타겟으로 하는 'KRAS 표적 mRNA 항암백신' 등 혁신신약 연구성과 발표가 예고돼 주목된다.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겸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은 “신약개발은 한미의 DNA이자 영원히 이어가야 유산"이라며 “'신약개발 없는 제약회사는 죽은 기업'이라는 임성기 선대회장의 철학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R&D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임성기 회장 타계 이후 한미약품그룹의 신약 연구개발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사장이 주도해 왔다.
임주현 사장은 지난해 한미약품 R&D센터를 △비만대사 △면역항암 △표적항암 등 3개 분야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재편했다.
또한 같은 해 그룹 미래성장동력으로 '비만관리'를 정하고 △한국형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롯해 △고도비만치료 △근육손실방지 △경구형 △디지털 등 다양한 비만치료제 등을 연이어 개발하는 '한미 비만 파이프라인(H.O.P)'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미약품그룹 모녀 vs. 형제 '경영권 분쟁' 대립 이슈
▲자료=한미약품, 공시 자료
최근 해외의 신약개발 트렌드도 한미약품과 임주현 사장에게 고무적이다.
세계 권위 의학저널 '란셋'은 지난달 현재 전 세계에 10억명 이상이 비만이라고 발표해 비만치료제 필요성을 시사했고, 대한비만학회는 최근 '2023년 비만 팩트시트'에서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증가율이 음주, 흡연 등 다른 위험요인보다 빠르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1월 에페글레나타이드 국내임상 3상 환자등록을 시작해 국내에서 비만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서 있다.
또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세계 최초로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를 승인, 34조원 규모의 새로운 치료제 시장을 열었다. MASH는 비만·당뇨 등 대사이상으로 발생하는 지방간염으로, 전세계 유병인구는 많지만 그동안 치료제가 없었다.
한미약품은 MASH 치료제 'HM15211'과 'HM12525A'에 대해 각각 글로벌 임상 2b상을 진행하고 있어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등과 함께 세계 두 번째, 국내 최초 MASH 치료제 타이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반영한 듯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을 앞두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는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임주현 사장,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 한미약품그룹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 6인에 대해 '전원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사장 등 임종윤 사장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 5인에 대해서는 '전원 반대' 의견을 냈다.
한편,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기준원은 임종윤·임종훈 사장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에 대해 '찬성'을 권고해 글래스루이스와 대조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측은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이 주도하는 OCI그룹과의 통합에 반대해 이번 지주사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송영숙·임주현 모녀측과 임종윤·임종훈 형제측의 지분율에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지분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7.38%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해 소액주주들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