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에서 전시한 노후 열배관.
#서울 노원구에서 중앙난방을 사용하는 36년된 A아파트는 열배관 노후화로 열효율이 상당히 안 좋아지자 3년전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안건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세대주 80%가 찬성해야 하는데 72% 찬성률로 부결됐다. 하지만 지금도 개별난방 전환에 대한 의지는 높은 상황이다.
이 아파트 주민은 “확실히 열효율이 좋지 않다. 지금도 개별난방으로 전환하자는 주민들 요구가 많다"며 “당시에는 우편투표로 했는데 전자투표로 하면 80% 찬성률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지역난방 및 중앙난방이 보급된지 40년 가까이 되면서 열배관 노후화로 인한 열효율 악화로 난방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는 강남구 다음으로 지역난방과 중앙난방 세대가 많은 지역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동주택 총 214단지 가운데 개별난방은 117단지, 지역난방은 82단지, 중앙난방은 15단지이다. 1994년부터 노원지역에 지역난방 공급이 시작된 점으로 미뤄 대부분의 지역 및 중앙난방이 20년 이상 됐으며, 30년 가까이 된 단지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본지가 노원구의 지역 및 중앙난방 아파트를 직접 취재해 본 결과 대부분이 난방에 대한 불만족이 컸다.
노원구에서 중앙난방을 사용하는 35년된 B아파트는 재건축이 확정된 상태다. 이 아파트의 입주민대표는 “재건축 찬성 이유 중 난방에 대한 불만족이 가장 컸다"며 “공급만 된다면 지역난방을 택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조건 개별난방으로 할 것이다. 중앙난방은 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34년된 C아파트도 난방 불만이 큰 상태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여기도 난방이 별로라는 불만이 많다. 이 때문에 몇년 전 개별난방으로 전환하자는 움직임이 잠깐 있었는데 재건축 바람이 불면서 사라진 상태"라며 “하지만 재건축까지는 10년도 더 걸리는 상황이라 주민들은 그냥 이 상태로 버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역 및 중앙난방은 각 세대별로 보일러 등 열원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대규모 열원시설에서 생산한 열을 지하배관을 통해 지역 공동주택에 공급하기 때문에 에너지효율이 높아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역 및 중앙난방은 20년 이상 노후되면서 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역난방의 열수송관은 노후화로 해마다 파열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된 배관 및 설비는 교체 또는 청소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상당한 비용을 주민들이 공동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쉽사리 동의가 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또 하나 문제가 추가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파트 재건축 기준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노후 배관 및 설비 개선 움직임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노원구 한 주민은 “최근 대통령이 재건축 기준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노후 설비 개선 목소리가 싹 사라졌다. 어차피 재건축할 건데 굳이 돈 들여서 개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체 추진 가능성은 높지 않은데 기대감만 잔뜩 부푼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서울에너지공사는 자체 비용을 들여 지역난방 수요단지의 노후 배관 및 설비 교체에 일부 지원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제 곧 민간 지역난방사업자의 수요단지에도 노후 수명이 다가오면서 주민들의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난방 업계 한 관계자는 “노후 설비 개선에 드는 비용을 알아서 내라고 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요금 및 아파트 관리비용에 수선비용 충당금을 의무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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