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AP/연합)
5일(현지시간)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나란히 압승하면서 후보 자리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두 전현직 대통령의 예견된 '리턴 매치'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은 1912년 이후 112년 만에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에 도전하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연속이 아닌 징검다리로 재집권에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미 NBC방송에 따르면 동부시간 11시 15분 기준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15개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동시에 치러진 민주당 경선에서 사모아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승리했다.
사모아 코커스(당원대회)에서는 메릴랜드 볼티모어 출신 사업가 제이슨 팔머가 깜짝 승리를 거뒀지만, 대세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같은 시간 공화당 경선을 치룬 15개 주 가운데 버몬트를 제외한 14개주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에 승리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버몬트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96% 개표 기준, 50.2% 득표율을 기록, 트럼프 전 대통령(45.8%)를 제쳤다. 버몬트주에 할당된 대의원은 모두 17명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앞서 지난 3일 워싱턴 DC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 첫 승을 거둔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슈퍼 화요일에도 압승을 거둔만큼 헤일리 전 대사가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AP/연합)
이렇듯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당내 경선의 주요 분수령인 '슈퍼 화요일'에서 압승하자 미국 대선은 사실상 본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아직 상당수 주(州)에서 경선 일정이 남아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추인 절차에 불과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유일한 경쟁자인 헤일리 전 대사를 크게 앞서고 있어 이달 중 확실히 후보 자리를 확정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슈퍼 화요일을 통해 대선 재대결이 사실상 확정되자마자 서로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경선 승리 후 성명을 통해 “트럼프는 불만과 욕심에 의해 움직이며 미국 국민이 아닌 자신의 복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우리를 첫 임기 때처럼 혼란, 분열, 어둠으로 끌고 가도록 허용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4년전 나는 트럼프가 미국에 야기하는 실존적인 위협 때문에 출마했다"면서 “그는 우리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여성이 자신의 보건 관련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본적 자유를 빼앗기 위해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승리가 우리의 궁극적 복수"라며 노골적으로 복수를 다짐했다. 또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11월 5일 우리나라를 되찾을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그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불법으로 입국한 이주민들이 저지르는 범죄 때문에 미국의 도시가 엉망이라면서 “그것은 바이든 이주민 범죄다. 새로운 유형의 범죄다"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EPA/연합)
현재 여론조사 흐름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이날까지 전국 단위 여론 조사 591개를 평균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가상 대결 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균 45.6%의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43.5%)을 2.1%포인트 앞섰다. 다만 11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데다 오차 범위 안의 격차인 만큼 아직 우위를 알 수 없다.
슈퍼화요일로 일단락은 지어졌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은 6월까지 남은 경선 일정을 이어가게 된다. 공화당은 오는 7월 15~18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부통령과 대통령 후보를 확정하고, 민주당은 오는 8월 19~22일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정·부통령 후보를 선출한다.
첫 대선 후보 토론은 9월 16일 텍사스 산마르코스에서 열리며, 이어 10월 1일과 9일에는 각각 버지니아 피터스버그와 유타 솔트레이크에서 2·3차 토론이 이어진다. 이어 11월 5일에는 대선에 참여할 각 주별 선거인단 투표가 치러지며, 대부분 승자독식 방식인 이 투표 결과로 사실상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된다. 선거인단의 투표는 12월 17일 예정됐다.
한편, 미국 대선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은 처음 사례는 1956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34대, 공화) 당시 대통령이 애들레이 스티븐슨 당시 민주당 후보와 두 번째 대결이다. 당시엔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연거푸 승리를 거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