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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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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인니산 니켈 대응해야”…‘그린 니켈’, 가격 폭락세 돌파구 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0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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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광해광업공단이 지분을 투자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플랜트 전경. (사진=한국광해광업공단)

세계 1위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저가 공습'으로 가격 폭락세가 지속되자 친환경 수단으로 생산된 이른바 '그린 니켈'이 글로벌 광산업계의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은 탄소 집약적인만큼 재생에너지 등으로 생산되는 니켈에 프리미엄을 부여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광산기업 BHP를 비롯한 업체들은 런던금속거래소(LME)가 '더러운 니켈'과 그린 니켈을 구분해 거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같은 니켈이더라도 생산 수단과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다른 제품이라는 주장이다.


BHP의 마이크 헨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업실적 발표에서 지속가능한 수단으로 조달된 니켈에 일종의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광산기업 와일루 메탈을 소유하는 호주 최대 부자인 앤드류 포레스트도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LME는 더러운 니켈과 청정한 니켈을 구분해야 한다"며 “두 제품이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 둘은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청정 니켈을 원하는 고객들에겐 이를 구매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산 니켈이 저가로 시장에 공급되면서 가격이 폭락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고품질, 스테인리스강 생산에 사용되는 저품질로 나뉜다. 인도네시아는 중국 투자에 힘입어 저품질 니켈 생산을 확대했는데 기술 혁신을 이루면서 과잉생산된 니켈을 고품질 제품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보도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산 니켈이 현재 세계 전체 공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향후엔 시장 점유율이 75%까지 오를 잠재력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니켈 가격 폭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LME에서 지난해 연초 톤당 3만달러에 달했던 글로벌 니켈 가격은 이날 1만 760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저점인 1만 5620달러와 비교하면 시세가 반등한 상황이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반토막 가까이 난 상황이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에 따르면 톤당 1만 8000달러의 니켈 가격은 생산의 35%가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니켈 값이 1만 5000달러까지 폭락할 경우 그 비중은 75%로 치솟는다.


그 결과 글로벌 광산업계에선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BHP는 호주 니켈 사업장 운영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와일르 메탈은 서호주 광산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지난 1월 발표했다.


다만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은 석탄화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탄소발자국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기후단체 국제기후권리(CRI)는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의 무분별한 광산개발로 열대우림과 생물다양성 등이 파괴되고 있으며 수질 오염 또한 심각하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에 광산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더러운 니켈'을 겨냥해 프리미엄이 들어간 친환경 니켈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호주 등에선 니켈이 더 높은 환경 규제 기준에 따라 생산되고 있어 비용이 인도네시아에 비해 높다.


그러나 LME측은 이날 “그린 니켈에 대한 시장은 선물 계약 거래 등을 뒷받침할 정도로 크지 않다"며 그린 니켈 구성 요소와 관련한 업계 컨센서스도 형성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놨다. 다만 프리미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탄소 배출량 등을 비롯한 측정법을 구축하기 위해 시장과 노력할 것이라고 LME 측은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LME가 니켈을 구분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린 니켈에 따른 프리미엄은 거래소가 아닌 고객들과 장기 구매계약을 통해 협상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트레이딩 플랫폼 메탈스허브의 세바스챤 크레프트 창립자는 “BHP가 고객과 프리미엄 협상을 직접 할 수 있는데 왜 LME가 새로운 계약을 만들어야 하는가"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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