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약국에서 판매 중인 감기약 모습. 연합뉴스
국내 제약산업이 지난해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일부에서는 국내 제약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네릭(복제약)을 수출 전략품목으로 키우자는 제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2023년 3/4분기 보건산업 기업경영분석' 발표를 통해 지난해 3분기 국내 제약산업 매출액(제약산업 제조업체 145개사 분석)은 전년동기 대비 6.8%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산업은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4개 분기동안 각각 전년동기 대비 2.7~6.8%씩 성장해 엔데믹 시기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국내 제약산업 매출액은 40조원 안팎으로 2022년 37조 7000억원보다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2022년 9.9%보다 높은 10%대가 기대된다.
그러나, 한국바이오협회 '글로벌 의약품 시장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1조 6068억달러(약 2100조원) 규모로, 2028년까지 5년간 연평균 6~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2% 안팎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제약산업에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제네릭을 수출 전략품목으로 육성하자는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국내 제약산업 선진화를 위한 제네릭 의약품 수출 활성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이슈 리포트에서 유승래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국내 제약산업 선진화 및 제약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궁극적 지향점인 혁신신약 개발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제네릭 의약품 개발 및 수출이 당면 과제"라고 밝혔다.
유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는 의약품 공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네릭 의약품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혁신신약이 초고가인 만큼 환자 접근성 보장을 위해 미국 등 주요 선진국도 제네릭 의약품 사용을 더욱 장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제네릭 의약품 시장은 2022년 기준 77억 7000만달러(약 10조 4000억원)으로 글로벌 제네릭 의약품 시장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의약품 품절 등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의약품 공급부족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중국, 인도 등 기존 소수 제조업체 의존성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유 교수는 향후 선진국 시장 수요가 높은 심혈관계, 중증질환 등 분야에서 주사제형 개발, 개량신약 등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네릭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5~2026년 특허가 만료되는 전신마취 보조제 '슈가마덱스', 혈액암 치료제 '카필조밉', 기관지확장제 '인다카테롤' 등의 '퍼스트 제네릭'을 선별적으로 개발해 수출 유망품목으로 키우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업계는 그동안 막대한 신약개발 비용부담 등으로 외국 오리지널 의약품의 제네릭 개발에 주력해 왔으나 제네릭은 약가인하 정책기조로 인해 수익성이 낮아 신약개발 투자비용 확보 등 기업의 비약적 성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여겨져 왔다.
일례로 코로나 기간 품귀사태를 빚었던 감기약 '아세트아미노펜'(오리지널 의약품 타이레놀)은 낮은 제네릭 약가정책으로 채산성이 안맞아 국내 생산이 감소한 탓에 품귀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다만 '개량신약 명가'로 불리는 한미약품 등 개량신약, 복합신약 개발 노하우를 축적해온 제약사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제약업계는 차별화된 제네릭 개발에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유승래 교수는 “자체개발한 개량신약의 경우 고부가가치 제네릭 또는 슈퍼 제네릭으로서 환자 편의성 및 기술진보 측면에서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만 현지에서 등재될 저가 제네릭과 비교해 임상·비용적 가치 미입증시 가격경쟁력 유지 및 시장방어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