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라덕연 H투자자문 대표. 사진=연합뉴스
상장법인이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던 일명 '라덕연 사태'가 발생 300일을 앞두고 있다. 아직 관련 재판이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은 가운데 피해를 본 종목의 주가는 거품이 빠지면서 낙폭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국은 향후 유사 피해를 예방한다며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시장참여자들의 불편만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4일 발생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주가 폭락을 겪은 종목 대부분은 여전히 폭락 이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은 대성홀딩스와 선광, 삼천리, 서울가스, 세방,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 다우데이타, CJ 등 9개 종목이다.
이 종목 중 폭락 이전 주가를 되찾은 종목은 CJ 하나 뿐이다. CJ의 사태 발생일 이전인 지난해 4월21일 종가는 10만8700원이었으며, 다음 거래일인 4월 24일 장중 하한가를 기록하며 7만8100까지 폭락했었다.
이후 주가는 6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상승세를 타며 최근에야 10만원선을 다시 회복했다. 이는 최근 1년 고점 대비 10% 가량 낮은 수준이다.
CJ 외 다른 종목은 모두 사태 이후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올투자증권이 5000원대에서 2000원대까지 폭락했다가 3000원선으로 소폭 회복하고 하림지주가 1만7000원이 넘던 주가가 6000원대로 고꾸라진 뒤 7000원대로 회복한 게 가장 큰 성과다. 저점 대비 약 26% 가량 회복한 것이다. 다올투자증권은 52주 신고가 대비 최근 주가는 약 41% 떨어진 수준이며 하림지주는 56% 정도 낮아진 수치다.
반면 나머지 종목의 주가는 사태 이전과 이후의 주가 수준 차이가 뚜렷하다.
대성 홀딩스는 최근 9000원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라덕연 사태 이전에는 13만원도 넘는 종목이었다. 최근 주가는 지난 1년 고점 대비 93% 폭락한 수준이다. 선광과 서울가스, 삼천리도 지난 1년 고점 대비 80% 이상 떨어진 주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세방과 다우데이타도 고점 대비 70% 하락한 수준에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해당 종목들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의 주가 급등이 벌어지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라덕연 사태로 피해를 본 9개 종목의 PRB 평균은 0.35배에 불과하다. 가장 높은 CJ가 0.65배며 가장 낮은 서울가스는 0.22배다. 저PBR 종목의 발굴과 매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라덕연 사태의 피해를 입은 작전주는 소외되는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라덕연 사태의 전말이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것이 해당 종목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라덕연 사태에 대한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고 있는 재판은 현재 4월까지 공판기일을 예정하고 진행 중이다. 라덕연 일당에 대한 구속기간도 한차례 연장 중이다.
정확한 사태의 원인은 나오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은 관련 대책을 내놓고 향후 재발 사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그 결과 라덕연 일당이 활용한 CFD계좌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가 늘어나고 전문투자자 요건도 강화됐다.
이에 뜻하지 않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CFD 시장 자체가 크게 침체되면서 하락장에 대비한 헷지거래가 전보다 어려워졌다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라덕연 사태 이후 시장과 기관, 당국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테마에 편승한 투기성 거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시장의 신뢰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라덕연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