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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MMBtu당 100달러까지 치솟았던 유럽 LNG 근원물(현물) 가격이 현재는 8달러대로 하락했다. 자료=CME |
[에너지경제신문 윤병효 기자] 불안한 중동 정세에 북미와 동북아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쳤음에도 오히려 국제 가스 가격은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러-우 전쟁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가스 수입국한테는 천만다행이다. 상승요인이 가득한데 왜 가격은 내려갈까?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28일 기준 동북아 JKM 3월물 LNG 가격은 MMBtu당 9.29달러, 유럽 TTF 2월물 가스 가격은 8.95달러를 기록했다. LNG 근원물(현물) 가격은 이번 겨울이 시작되기 전인 작년 11월의 15달러대에서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에너지업계의 이목은 올 겨울 LNG 가격의 움직임에 쏠려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러시아의 유럽향 가스 공급 대부분이 중단되면서 당시 8월의 가스 가격은 사상 최고인 MMBtu당 100달러까지 오른 바 있다. 이로 인해 전기료가 폭등하고 비료값과 석유화학 원료값까지 폭등하면서 현재 전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을 촉발한 계기가 됐다.
게다가 올 겨울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정세불안이 확대되고, 북미와 동북아에 강력한 한파가 몰아치는 등 추가적인 가격 상승요인까지 겹치면서 가스 수입국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가스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현재 가스 가격대는 러-우 전쟁 이전은 물론 2021년 10월 유럽의 풍력발전 가동 중단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유럽의 수요 저조 영향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럽은 올 겨울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번 겨울 직전에 가스 저장고의 재고율을 거의 100%로 채웠으며, 강력한 가스 수요 절감 프로그램도 시행했다. 이러한 준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큰 것은 날씨 덕분이다.
북미와 동북아에는 북극한파가 몰아쳤지만, 유럽에는 북유럽을 제외하고 한파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아 온화한 날씨가 계속됐다. 유럽연합의 가스통합플랫폼 AGSI에 따르면 현 유럽 가스재고율은 72% 수준이다. 하루에 1%가 채 줄지 않고 있어 이대로면 3월까지도 재고율 5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제24-2호에서 "유럽지역의 가장 큰 에너지 시장인 프랑스와 독일, 영국에서 이달 중순에 혹한이 예보돼 있어 난방 및 발전용 가스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나, 산업부문의 가스소비가 침체돼 있고 높은 가스 저장 수준으로 인해 가스 가격은 크게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혹한 이후 이달 24일까지 중부 유럽 전역에 평년을 웃도는 온화한 기후가 예보됨에 따라 가스 가격은 더욱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2022년 8월과 같은 가스 가격 폭등 사태는 재발되지 않는 걸까?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는 계속 커지는 미국 수입의존도가 꼽힌다.
미국은 작년에 총 9120만톤의 LNG를 수출해 세계 최대 가스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수출량의 61%가 유럽으로, 26.6%가 아시아, 6%가 남미로 향했다. 예측 못한 재난이나 사고로 미국의 LNG 수출이 중단될 시 유럽은 곧바로 수급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7년 8월 미국 동남부에 허리케인 하비가 강타하면서 6일간 LPG 등 에너지 수출이 중단되면서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한원희 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024년 국제 LNG시장 전망’에서 "올해 국제 현물 LNG 가격은 동절기 정점인 1월을 기점으로 하방 압력을 받게 되면서 MMBtu당 15달러 이하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2022년과 같은 현물 LNG 가격의 폭등은 없겠지만, 국제 LNG 시장의 수급 상황이 여전히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공급 차질 요인들에 따른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chyyb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