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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HMM 인수에 계열사 '날벼락'…2조원 팬오션이 3조원 유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20 15:19

김홍국 회장, 팬오션 3조 증자 계획…지주는 축배



하림지주 참여 가능성 적어 보여…팬오션 주주 패닉



하림푸드 매각…NS홈쇼핑·하림산업 활용 가능성 ↑



해운업계·노조 "해운업 불황때 HMM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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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하림그룹의 HMM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HMM인수가 하림 그룹의 재계순위를 13위까지 끌어올릴만큼의 ‘빅딜’이다보니 자금조달의 통로가 되는 계열사 입장에서는 날벼락에 가까운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는 팬오션이 가장 먼저 뒷감당을 하게 됐다. 김홍국 하림 회장이 팬오션에 3조원 규모의 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팬오션의 시가총액은 현재 2조원 초반대다. 회사의 시총에 1.5배 가까운 자금을 주주들로부터 조달하는 셈이다. 하림그룹은 그동안 양재개발사업 등 주력 사업을 진행하면서 계열사의 희생이 뒤따른 경우가 많았다.


◇ 돈 급한 하림지주… 팬오션으로 3조원 조달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홍국 하림 회장은 HMM의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팬오션에 대한 3조원 규모의 유증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당초 업계에서는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팬오션의 유증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긴 했다. HMM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약 6조4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림 측은 인수금융으로 3조원가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나머지의 조달 방법이 관건이었다.

팬오션의 유증은 예상됐지만 규모가 3조원에 달하리라는 것은 증권가도 예상하지 못한 수치다. 팬오션의 시가총액이 2조원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계획이 알려진 뒤 팬오션의 주주들은 충격에 빠졌다. 대규모 유증이 단행되면 현 시점의 투자손실은 불가피하다.

현재 팬오션의 최대주주는 하림지주(54.72%)다. 하지만 유증을 진행해도 하림지주는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유증에 까지 쏟을 돈이 없기 때문이다.

3분기 말 기준 하림지주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현금성 자산 규모는 9833억원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계열사가 가진 돈이다. 개별재무제표 상 하림지주의 현금성 자산은 412억원에 불과하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하림지주가 보유 중인 팬오션의 지분 중 83%가량은 이미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있다.


◇ 하림푸드 처분… NS홈쇼핑·하림산업 등도 동원될 듯


결국 답은 자회사다. 이미 작업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하림지주는 자회사 하림푸드를 또 다른 계열사 선진에 약 145억원을 받고 처분했다. 처분 목적은 ‘사업포트폴리오 개편’이다.

다른 후보는 NS홈쇼핑이다. 이미 하림은 NS홈쇼핑을 사업 재편의 희생양으로 삼은 바 있다. 지난 2021년 하림지주는 7000억원을 들여 양재동 개발 사업을 일궈낸 NS홈쇼핑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당시에도 NS홈쇼핑의 양재동 개발사업을 고스란히 가져갔다는 평가가 쏟아진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하림지주가 NS홈쇼핑의 지분 일부를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양재동 부지를 받은 하림산업도 이번 HMM 인수를 위한 자금을 조달해아할 후보이기 때문이다. 양재동 부지를 유동화시킬 경우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단 이럴 경우 지난 수년간 서울시와 갈등까지 빚으며 추진하는 양재동 개발사업 자체가 좌초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애당초 양재동 부지의 가치가 개발을 전제로 형성된 것이라는 점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심의 통과를 전제로 양재동 부지의 가치가 수조 원대로 뛸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만약 하림 측이 양재 부지를 활용해 과도한 유동성을 일으키다가 사업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 경우 자산 가치가 크게 훼손할 수 있다.


◇ ‘이자+원금’, HMM 부담될 가능성 높아…"사실상 무자본 인수" 비판도

하림 측의 자금조달 계획이 상당한 무리수를 동반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해운업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자금조달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을 결국 HMM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자금 조달에 따른 이자는 HMM의 배당으로 처리하고, 원금은 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실시한 뒤 HMM에서 현재 약 10조원가량 쌓여있는 유보금을 활용해 자사주로 매수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해운업계는 해운사의 유보자금은 위기를 위해 대비해야 할 비상금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운업은 보통 10~20년 주기로 불황과 호황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일명 ‘해운업 사이클’이 나타난다.

이를 버텨내기 위해 해운사들이 막대한 유보금을 쌓아두는데, 이를 하림 측이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는 것이다.

현재 HMM 노조 측은 이런 우려를 내세워 하림지주의 인수를 반대하는 중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림지주의 HMM 인수는 사실상 무자본 M&A"라며 "김 회장 일가와 하림지주 입장에서 잃을 것이 없지만, 팬오션과 다른 계열사, 그리고 HMM 등은 기업가치의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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