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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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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환율 올랐는데…일본, 해외 부동산 싹쓸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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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고금리 여파로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 엔화 가치가 미 달러화는 물론 주요국 통화대비 역대급 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구매력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음에도 일본 투자자들이 과거 버블경제 이후 최대 규모로 해외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어 더욱 주목받는 상황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거래에서 일본 자본이 74억달러(약 9조원)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5년간 연평균을 3배 넘게 웃돈 것은 물론 1980년대 후반 버블경제 이후 최대 규모다.

이에 올해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일본 투자자들이 지탱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부동산 시장에 투입된 자금 중 일본이 차지한 순위가 지난해 16위에서 올해 5위로 급등했다. 심지어 상위 5위 국가 중 투자금액이 증가했던 곳은 일본이 유일했다.

일본이 중국을 제치고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부동산 종합 서비스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타카야마 히로유키 이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중국 투자자들이 미국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지만 이젠 일본 투자자들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항공기 운항 등이 정상화되자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건물 매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일본 부동산 회사 모리 트러스트는 지난 6월 약 1000억엔(약 8900억원)을 들여 뉴욕 맨해튼 245 파크 애비뉴 건물의 지분 49.9%를 매입했다. 이로 인해 해당 건물 가치가 20억 달러(약 2조 6236억원)로 올랐다고 글로벌 부동산자문사 세빌스는 전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도 일본 기업들은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대형 통신사 KDDI는 지난 6월 13억 5000만 캐나다 달러(약 1조 3036억원)를 들여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를 인수했고 미쓰이부동산은 지난 5월 그레이코트와 공동으로 영국 런던에 있는 세인트폴 대성당 근처에 있는 한 상업용 건물을 3억 1500만파운드(약 5211억원)로 매입했다.

지난달엔 미쓰비시부동산이 주관하는 한 펀드는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건물을 7억 7900만 호주달러(약 6727억원)로 매입하기도 했다.

부동산 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일본 공적연금(GPIF)도 해외 부동산 투자에 동참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본 투자자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주요국 통화 대비 엔화 환율이 고공행진(엔화가치 하락)하고 있음에도 위축되지 않아 주목을 받는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가격이 매력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들은 또 수익 다각화 차원으로 미국, 호주, 인도 등에서 앞으로도 부동산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회사인 뉴마크 그룹의 알렉스 포셰이는 "이들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제 세계 경제의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일본 기업들의 부동산 투자 리스크도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 기관투자자들이 팬데믹 이전부터 쓸어담았던 해외 부동산의 밸류에이션이 올해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들이 과거 버블경제 붕괴 후 헐값에 해외 부동산을 매각했던 사례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1989년 일본 미쓰비시가 맨해튼에 위치한 록펠러센터를 인수해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1995년에 손해를 보고 이를 매각한 바 있다. 또 일본의 한 기업인인 이스타니 미노루는 페블비치 골프장을 인수한지 불과 2년 만에 3억 5000달러 가량 손해를 보고 되팔았다.

한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6일 한국시간 오전 11시 50분 기준, 현재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은 달러당 147엔대를 기록하고 있다. 엔화 환율이 지난달 달러당 151.9엔까지 치솟은 것을 감안하면 최근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 들어 여전히 12% 급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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