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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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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값 최고가 찍었다는데 ‘찐 고점’은 멀었다?…더 오를 가능성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0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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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국제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경우 1980년대에 기록된 역대 최고치에 한참 뒤쳐진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물 금값은 이날 아시아 거래에서 3% 넘게 오르면서 온스당 2135.39달러까지 치솟으면서 2020년 8월 7일에 기록된 기존 최고치인 2075.47달러를 뛰어넘었다. 다만 연준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너무 과도하다는 관측이 부상하자 금값은 미국 거래에서 2.5% 하락한 2024.2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금 2월물 선물가격 역시 전 거래일 대비 2.27% 하락한 2042.2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국제금값이 내년엔 온스당 2000달러선 위에 안착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미 경제매체 CNBC는 전했다.

피치 솔루션 산하 연구기관인 BMI는 최근 투자노트를 내고 "2024년 금 시세를 지지하는 주요 요인은 연준의 금리인하, 달러화 약세, 지정학적 갈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온라인 매체 제로헤지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금값’은 1980년에 온스당 약 26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를 돌파해야만 국제금값의 새로운 슈퍼사이클을 확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데이터 업체 매크로트렌즈(Macrotrends)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국제금값 시세는 1971년 ‘닉슨 쇼크’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 1980년 1월에 온스당 2600달러대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그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 금값이 또다시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지만 신고가를 경신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지난달 말일 기준, 실질 금값은 온스당 2001.44달러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도 "새로운 천년이 시작된 이후 금값은 600% 넘게 올랐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경우 1980년 1월 당시 기록된 850달러를 밑돌고 있다"며 "이를 현재 달러로 환산하면 3000달러 이상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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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부터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국제금값 추이(자료=매크로트렌즈)



그러나 제로헤지는 이번 금값 상승세는 과거와 다를 수 있다며 금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매체는 "불환지폐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통화가치 하락(Debasement), 재정적자(Deficit), 부채(Debt) 등 3가지의 D가 강세론의 주요 근거로 작용해왔다"며 "최근에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를 의미하는 네 번째 D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각국 중앙은행들은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금 매입량을 늘리는 추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총 800톤으로, 전년 동기대비 14% 급증했다. 특히 탈달러 전략을 주도하는 중국이 올해 금을 가장 많이 매입해왔으며 지난 9월까지 11개월 연속 금을 사들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제로헤지는 "중국이 대규모로 금을 사들이는 것은 달러 패권 전환을 위한 전략적 준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대신 금으로 석유 제품을 수입한 사례도 있다. CNBC에 따르면 가나는 달러 외환보유고가 줄어들자 금으로 석유제품을 수입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고 이를 지난 2월 시행했다. 목표가 달성되자 가나 중앙은행은 이 계획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한편, 국제 금값이 오름세 이어가자 금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20개월 만에 가장 많은 자금유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과 야후파이낸스 등에 따르면 578억 달러(약 75조7989억원) 규모로, 세계 최대 금 현물 ETF인 ‘SPDR 골드 셰어스’는 11월에 10억 달러(약 1조3110억원) 이상의 자금 순유입을 기록했다. SPDR 골드 셰어스는 지난 5개월간 자금 유출을 기록했으나 11월에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특히 11월 자금 유입은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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