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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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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엔화 환율 상승’에 풀베팅…"엔화 강세 한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04 11:17

GLOBAL-CHINA/MARKETS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일본 엔화가 약세(엔/달러 환율 상승)를 보일 것이란 방향에 베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블룸버그통신이 인용한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헤지펀드들의 엔화에 대한 순 숏 포지션(엔화 매도) 계약이 2833건 증가한 6만 561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4월 이후 최대 규모로, 일본은행이 매파로 돌아설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 속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오를 것을 의미한다.

헤지펀드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엔/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달 13일 달러당 151.91엔으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이날 146엔대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에자와 후쿠히로 금융시장 총괄은 "엔화의 지속적인 약세 전망이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며 "이는 헤지펀드들의 엔화 숏 포지션이 최근 급증한 것과 일치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전략가들도 최근 보고서를 내고 "미국이 연착륙을 달성하고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없는 한 엔/달러 환율의 하락세는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엔화 강세는 한계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일본 생명보험사들은 환율 헤징을 12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일본 생보사들의 헤징(선물, 스왑, 풋옵션 등)비율이 지난 9월말 47.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말의 52.6%보다 무려 5%포인트 하락한 수치이며 2011년 이후 최대 폭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또한 같은 기간 일본 생보사들의 해외 자신 보유량이 6.1%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첫 증가세이자 3년래 가장 큰 규모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이것(해외 자산 보유 증가)과 헤징 감소 현상은 투자자들이 일본은행의 긴축이 점진적으로 진행돼 엔화 약세가 더욱 고착화될 것을 보고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세라 아야코 시장 전략가는 "생보사들은 일본은행이 공격적으로 긴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며 "이들은 엔화 강세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켓 리스크 어드바이저리의 후카야 코지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이 더 명확해지거나 미국 경제가 연착륙이 아닌 침체로 접어들면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40엔 밑으로 떨어질 경우 헤징 비율이 다시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미 국채수익률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떨어질 경우 미일 금리차가 좁혀져 엔화 숏 포지션을 커버하는 숏 스퀴즈가 발생될 가능성도 언급됐다. 내셔널호주은행의 로드리고 카트릴 선임 외환 전략가는 "전반적으로 시장은 여전히 엔화 숏 방향이지만 엔/달러 환율이 주요 지지선 밑으로 떨어지자 숏 포지션이 시험받을 것"이라며 "달러당 145엔이 엔화 가치 상승의 저항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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