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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사진=로이터/연합) |
30일(현지시간)일 블룸버그통신은 ‘엔화 가치의 추락은 한국인들에게 축복이자 저주’라는 제목으로 지속되는 엔저 현상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한국인들을 조명했다.
서울에 근무하는 박 모씨(32)는 엔화 가치 반등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기 위해 지난달 약 11만엔을 사들였지만 장밋빛 미래가 아직 펼쳐지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는 블룸버그에 "엔화가 빠른 시일 내 회복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고 토로하면서도 엔화 환율이 더 떨어지면 300만원어치 더 사들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엔화 가치가 33년만 최저 수준까지 곤두박질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원·엔 환율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달 중순 달러당 151.9엔까지 치솟으면서 1990년 이후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뒀었다. 현재는 달러당 148엔대로 엔화 가치가 소폭 반등했다.
원·엔 환율의 경우 지난달 16일 외환시장에서 100엔당 856.8원을 기록, 2008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 이후 엔화는 원화대비 약 3% 가량 올랐지만 올 한해 전체로 보면 여전히 9% 하락한 상태다.
이런 와중에 엔화가 앞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으로 엔화를 기초로 한 자산에 돈이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10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86억1000만 달러로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잔액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또 한국예탁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일학개미가 일본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티커:2621)로 나타났다. 해당 상품은 엔화로 미국 20년 이상 되는 장기채에 투자하는 환헷지 ETF로 원·엔 환율이 오를 경우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올해 일학개미가 사들인 일본주식은 2011년 첫 집계 이후 사상 최대라고 전했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배경엔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자 일본은행에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을 중단하라는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부터 통화긴축 기조를 끝내고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미일 금리차를 좁혀 엔화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핌코(PIMCO)는 지난 몇 달 동안 일본 엔화를 꾸준히 매입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미국 자산운용사 티로우프라이스의 다니엘 헐리 신흥국 및 일본 포트폴리오 전문가는 최근 투자노트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30년 저점에서 오를 수 있겠지만 미일 금리차가 큰 폭으로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엔화 약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앞으로 원·엔 환율이 오를 경우 역대급 엔저로 주목받았던 일본 여행, 일본 직구 등은 주춤거릴 가능성이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일본 여행객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5배 가까이 급증했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엔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일본 직구 구매량이 약 두배 늘었다.
일본 나고야에 여행 예정인 이 모씨(26)는 "한국보다 일본으로 놀러가는 게 더 저렴하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그는 100만원으로 11만5000엔 가량 환전했는데 2년전 까지만 해도 100만원으로 얻을 수 있는 엔화는 9만6000엔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