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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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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PF 정상화 없이는 주거안정 요원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6 11:15

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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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어느 덧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따듯한 연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이 시기에 부동산 시장은 싸늘한 이야기 뿐이다. 여의도·목동·압구정동과 수도권 1기 신도시 등 이른바 노른자위 아파트단지의 재건축 호재가 넘치는 데도, 어찌 된 일인지 이들 재건축 단지의 매물마저 호가가 한달 새 1억원 이상 빠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재건축 추진단지는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주변 신축 아파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건축 이후의 미래가치가 거래과정에 선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건축 추진아파트가 재건축이 완료 후 당초 예상했던 만큼 이상의 가치를 낼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미래가치에 매달려 무작정 거래에 나서기보다는 용적률, 고도제한, 역세권 여부 등 발전 잠재력, 일반분양분의 비율 등과 같은 사업성 여부와 함께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담금과 사업진행 속도 등까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최근들어 주택시장이 주춤하면서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되는 재건축단지 마저도 미분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자재값의 지속적인 상승과 고금리 영향으로 사업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사비가 크게 오르고 덩달아 분양가도 치솟다 보니 매수세가 끊기고 매매가격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더구나 사업자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을 위해서는 금융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고금리 영향으로 PF대출 금리마저 내년에는 기존보다 5%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2일 열린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향후 브릿지론 금리는 20%, 본 PF대출 금리는 15%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가령 시행자가 사업비로 1000억원을 빌렸을 때 1년에 부담해야 하는 PF 대출이자가 150억원이라는 것이다. 이자가 높더라도 일반분양분이 모두 분양되고, 분양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는 지역인 경우 시가에 한참 못 미치는 분양가격으로 일반분양이 이루어져 결국 조합원이 분담금을 통해 사업비의 이자를 떠안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에 무분별하게 이루어진 30조원에 달하는 PF대출 상환기간이 속속 도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PF대출에 대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저축은행이나 증권사 등은 PF 대출승인 자체를 꺼리고 있다. 결국 재건축 정비사업의 진행을 시작하거나, 시작한 단지들은 비싼 신탁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신탁방식의 경우 신탁사가 조합원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해 주는 것은 아니어서 재건축 기간이 길어지거나 협력사 등과 결탁하는 방식 등으로 인해 부수적인 비용이 막대하게 늘어나고 결국 토지소유자(조합원)들의 자금으로 신탁사와 그 협력사들만 배불리는 불합리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여기에다 시공사들은 치솟는 원자재값을 공사비에 반영하려는 과정에서 조합과의 갈등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기 일쑤다. 이 때문이 재정이 건실한 중견 건설사들마저 자금경색으로 부도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올해들어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 대창기업, 신일건설, 국원건설, 대우산업개발, 동흥개발, 삼호건설, 굿모닝토건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처럼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을 둘러싸고 겹 악재가 덮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정상화를 위해 보증확대와 자금 공급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본질은 뒤로 한 채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세웠다. 그마저 시중은행을 압박해 PF에 숨통을 트겠다는 것도 과연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시늉내기 대책보다는 금리안정과 건설사 유동성 확보 등 근본적인 처방을 내놔야 공급이 늘어나 주택시장 안정과 함께 경제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부동산 PF발 금융위기 시한폭탄이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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