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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전기차(사진=로이터/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자 전기차 관련주들이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월가에서는 향후 전기차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잇따라 쏟아내고 있어 이와 연관된 주가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원료 채굴 등 전기차 산업과 연관된 기업들을 추종하는 ‘Bloomberg Electric Vehicles Total Return Index’ 지수는 올 들어 이날까지 14%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2월초 최고점과 비교하면 하락폭은 30%에 육박한 상황이다.
이 지수는 지난 9일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3분기 실적발표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 가능성을 언급하자 이날 연중 최저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기차 시장에 불황 조짐이 뚜렷해지자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와 관련된 계획을 줄줄이 축소하고 있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는 미시간주에 건설하기로 했던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을 2024년에서 2025년으로 1년 연기하기로 발표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GM은 지난해 중반부터 내년 중반까지 2년간 4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폐기했다고 보도했다.
매리 바라 GM CEO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점점 더 진행될수록 험난해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포드도 주력 전기차인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일시적으로 축소한 데 이어 연간 전기차 60만대 생산 목표를 올해 말에서 내년 하반기로 연기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이젠 월가에서도 전기차 사업과 관련된 기업들의 기대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와중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전기차 산업 전반에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서학개미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아온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 홀딩스는 건설비용 증가로 배터리 공장 건설을 중단한다고 최근 공식 발표했다. 그 여파로 지난 20일 2.27달러였던 리사이클 홀딩스 주가는 23일 1.23달러로 하루 만에 반토막났다.
파이퍼 샌들러의 찰스 네이버트 애널리스트는 "지난 12개월 동안 업계의 전기차 판매 증가율 전망치가 대폭 수정됐음을 목격했다"며 "얼리어답터 다음의 구매층은 예상만큼 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금리에 이어 경기침체 두려움이 전기차 대중화를 지연시키는 요인들로 지목했다. 금리가 높을수록 자동차 대출이자가 증가하고 업체들의 자본조달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의 핵심 원료인 리튬을 채굴하는 기업인 알버말과 리벤트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네이버트 애널리스트는 두 종목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고 알버말 목표주가를 기존 255달러에서 155달러로 하향했다. 리벤트 목표주가의 경우 33달러에서 19달러로 낮췄다.
그는 또 리튬 시장이 향후 12∼24개월 동안 수요 둔화와 공급 증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중국 탄산리튬 가격은 66% 가량 폭락한 상황이다.
TD 코웬의 게이브 다우드 애널리스트는 이날 투자노트를 통해 전기차 충전기 업체인 EV고(EVgo)의 목표주가를 기존 6달러에서 4달러로 낮췄고 리튬이온 배터리 스타트업 프레이어 배터리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의 아담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자본력이 부족한 전기차와 연관된 스타트업들이 가장 취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전기차 제조업체인 피스커와 루시드 그룹, 배터리 제조업체인 퀀텀스케이프와 프레이어 배터리 등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