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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와 유로화(사진=EPA/연합) |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씨티은행 등을 비롯한 월가에서는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앞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JP모건은 올 연말까지 달러·유로 환율이 달러당 1유로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씨티은행은 이런 전망이 6개월 이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달러당 0.9481유로(유로당 1.054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인덱스가 지난 7월 중순에 바닥을 찍은 후 큰 폭으로 상승하자 달러·유로 환율도 달러당 0.88유로대에서 6% 가량 덩달아 치솟았다.
유로-달러 패리티가 전망대로 현실화될 경우 유로화 가치는 작년 하반기에 이어 두 번째로 1달러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유로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도 노동시장 등 경제지표들은 여전히 견조한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최근 세계경제전망(WEO) 업데이트에서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반면, 유럽은 독일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IMF는 올해 독일이 주요 선진국 중에서 최악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독일 정부는 올해 연간 성장률을 0.4%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JP모건의 미라 찬단 글로벌 외환 전략 공동총괄은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이 아직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성장이 둔화된 상황 속에서 금융여건 긴축,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요인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은행은 "유럽의 침체가 미국보다 빠를 것이란 견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와중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유럽 경제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 벤치마크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던 지난 7일 이후 26% 급등한 상태다.
골드만삭스도 유럽 경제가 암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올 여름에 발표된 경제지표가 실망스러웠고 이탈리아의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국제유가와 천연가스가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전날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수익률 격차가 2%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상을 중단하거나 금리인하에 나서도록 압박을 가하는 셈이라고 FT는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투자자들은 유로화 가치에 대한 롱포지션을 축소시키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유로화 레퍼지리 펀드에 대한 롱포지션이 7만 5000건으로, 지난 8월(17만건) 대비 대폭 줄어들었다.
라보뱅크, 노무라, RBC 캐피털 마켓 등 일부는 달러대비 유로화 가치가 소폭 반등할 수 있다면서도 유로화가 올해말이나 내년 초 1.02달러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