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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대표. 사진=HD현대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HD현대가 자회사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상장사 입장에서 알짜 자회사를 상장하면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가 낮아지는 ‘더블카운팅’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기선 HD현대 대표가 HD현대중공업 산하 조선사의 AS조직을 통합해 지난 2016년 설립한 회사다. 조선업이 각종 환경 규제로 불황을 겪을 시기에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친환경 개조’ 기술을 바탕으로 실적을 쌓았다. 설립 초기 2000억원 대에 불과했던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1조3000억원을 넘겼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HD현대는 100% 자회사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하고 상장 주관사 선정 등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 정기선 HD현대 대표는 지난 7월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일본 경제동우회 만찬 간담회’에 참석해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 2016년 그룹 산하의 조선사 3곳(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산호중공업)이 별도로 운영 중이던 선박·해양 관련 서비스를 통합해 출범한 곳이다. 당시 그룹 내에서도 반대가 많았지만 정 대표가 강력하게 추진해 설립을 성사시킨 뒤 대표도 지냈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설립 이후 선박 수리와 엔진 부품 사업, 선박 개조 등에 강점을 보이며 사세를 확장 중이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재액화 장치와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개조 등과 관련한 수주 실적을 착실하게 쌓고 있다는 평가다.
실적도 크게 늘었다. 지난 2017년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매출은 2403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조3338억원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는 연매출 2조원을 넘어서리라는 게 조선업계의 관측이다.
HD현대 주주들은 그동안 HD현대글로비스의 실적 개선에 따른 주주가치 상승을 누려왔다. 자회사의 실적이 모회사의 연결재무제표 상 실적으로 같이 잡히기 때문이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HD현대가 지분의 62%를 가지고 있는 대주주다. 나머지 지분 38%는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글로벌베셀솔루션(Global Vessel Solutions, L.P.)이 보유 중이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그동안 배당에도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모회사 HD현대에 총 496억원을 배당했다. 그전에는 배당성향이 100% 넘기도 했다. 배당성향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당기순이익 이상의 돈을 배당에 썼다는 뜻이다.
하지만 결국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상장에 나선다는 소식에 기존 HD현대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바로 더블카운팅에 대한 우려다.
상장사인 지주사가 자회사를 또 상장시키면 자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에 대한 가치가 지주사와 자회사의 주가에 모두 반영되는 문제가 생긴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자회사의 실적은 자회사의 주가에만 반영되고 지주사는 자회사의 호실적에 대한 주가 모멘텀을 누리지 못하게 되면서 주가가 하락한다. 이게 바로 더블카운팅 문제다.
앞서 HD현대는 현대삼호중공업을 상장하려다가 주주들의 거센 반대를 겪은 경험이 있다. 여기에 주식시장 침체까지 겪으면 결국 HD현대는 삼호중공업의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상장을 전제로 투자했던 IMM PE의 보유지분을 4097억원에 되사왔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도 프리 IPO(Pre IPO)를 통해 KKR을 투자자로 받아들인 만큼 상장도 예고됐던 상황이다.
한편 HD현대는 HD현대글로벌서비스를 상장하면서 구주매출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적은 수익추구에 나서지 않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계열사 주식이 별로 없는 정기선 대표 입장에서 구주를 내놓을 경우 향후 배당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에 신주발행이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 대표 입장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와 삼호중공업 등 주요 자회사의 상장이 무산된 경험이 있다"며 "그만큼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상장 성공이 절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에 상장 성공을 위해서는 HD현대 주주들의 더블카운팅에 대한 우려를 씻어줄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할 것"이라며 "구주 매출이 없다는 점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