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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대어로 기대를 모은 파두가 지난 7일 상장 첫날 저조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하반기 IPO 시장 열기도 다소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파두의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상장기념패 전달 후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당분간 공모주 청약에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그동안 대어로 불리는 여러 공모주에 투자해 수익을 얻곤 했지만 최근 파두의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게 거래되자 생각이 달라졌다. 이씨는 "공모주라고 해서 전부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며 "주변 지인들만 봐도 청약 열기가 다소 떨어진 것 같아 시장을 좀 더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IPO 대어로 손꼽힌 파두가 상장 첫날 흥행에 실패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IPO 시장에 대한 열기가 다소 주춤해졌다. 여기에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어 남은 하반기 IPO 대어들의 흥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에 상장한 파두는 상장 첫날 공모가인 3만1000원을 밑도는 2만76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파두는 전일 대비 4.89%가 올라 2만8950원에 장을 마감하면 소폭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여전히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파두는 반도체 팹리스 기업으로 올해 첫 ‘조(兆) 단위’ 대어로 상장 추진 단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달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희망공모가격(2만6000~3만1000원) 상단을 넘는 3만1000원을 최종 공모가로 확정했다.
공모가가 3만원선을 넘어서면서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1조4898억원 수준으로 예상됐다. 이에 올해 첫 1조원대 공모주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높은 공모가에 고평가 논란이 나오면서 일반청약 경쟁률은 79.15대 1에 그쳤다. 상장 직후 유통가능 물량이 전체 상장 주식의 약 40%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높아진 점도 청약 성적 저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IPO 기업들이 1000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IPO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파두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아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하반기 IPO 상장을 추진 중이던 대어급 기업들에도 파두의 흥행 부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SGI서울보증 등은 하반기 상장을 추진 중인 대어급 IPO 기업들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이미 지난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해 IPO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에코프로머티얼즈의 경우 2차전지 쏠림 현상과 주가 과열 논란 등으로 최근 2차전지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내 상장 가능성이 점쳐졌던 컬리, SK에코플랜트 등도 상장 시기를 미루는 분위기다.
IPO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올해 IPO 시장은 다른 때보다 냉각된 분위기"라며 "몇몇 대어급 기업들이 연내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는 있지만 시장 분위기가 이대로 굳어지면 실제 상장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