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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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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휩쓴 우파 돌풍, 스페인에서도 확인됐지만…과반의석 확보 실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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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오른쪽) 스페인 국민당(PP) 대표(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좌우 어느 진영도 승리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정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지만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극우 정당과 의석을 모두 합쳐도 과반에는 미치지 못해 연정을 통한 정부 구성 역시 불투명해졌다. 최근 유럽 정계를 휩쓴 우파 돌풍이 스페인에서도 확인됐지만 민심이 지나친 우클릭을 지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개표 결과 제1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은 하원 전체 의석 350석 중 136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집권당인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노동당(PSOE)이 122석을 가져갔다.

극우 성향의 복스(Vox)와 15개 좌파 정당이 연합한 수마르(Sumar)는 각각 33석, 31석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당이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으나,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충분한 득표는 하지 못했다고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은 전했다.

정치 진영에 따라 구분하면 국민당과 복스 등 우파가 169석, 사회당과 수마르 등 좌파가 153석을 확보했다.

양 진영 모두 과반 의석(176석)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분간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치열한 협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에는 시간 제약이 없기에 수개월이 지나도 스페인 정국은 안갯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만약 정부를 꾸리지 못하면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스페인 총리는 원내 1당 대표가 맡는 게 관례인데, 이를 위해서는 하원 의원 절대 과반에 해당하는 176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총선 결과를 두고 유럽 전역에서 불고 있는 우파 열풍이 스페인에서도 힘을 발휘하기는 했지만 2018년부터 집권해온 페드로 산체스 총리 정부를 무너뜨리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산체스 총리는 여성 권리 확대, 안락사 합법화 등 진보적 의제를 던져 대도시에선 지지를 얻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역풍에 직면했다.

그러나 산체스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우파에 표를 주면 1975년 민주화 이후 한 번도 집권한 적이 없는 극우 세력이 집권할 길을 터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지지자들을 설득한 게 유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스페인 표심이 1936∼1975년 40년 장기 독재한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을 여전히 경계하는 분위기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런 와중에 영국 스카이뉴스는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안갯속에 빠진 연정 구성에서 복스가 여전히 열쇠를 쥘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복스가 국민당과 손잡고 연정 구성에 성공할 경우 1975년 프랑코 사후 극우 정당으로서는 처음으로 연정에 참여하게 된다.

유럽연합(EU)에서 스웨덴, 핀란드, 이탈리아에 이어 우파 물결에 가세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도 중도 우파인 현 집권당 압승과 함께 극우 성향의 소수 정당 3곳이 의회에 입성했다. 독일에서는 극우 성향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역대 최고 지지율을 경신하는 등 우파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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