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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불법경마 규모는 경륜·경정 불법 부분 포함된 수치. 당시 불법경마 개별조사 없었음.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3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내 경마가 중단된 틈을 타서 불법경마가 다시 증가해 경마업계가 우려해 왔던 ‘풍선효과’가 현실로 나타났다.
더욱이 코로나 방역조치에서 일상회복으로 경마가 정상화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합법경마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온전히 정상화 되고 있지 않아 불법경마로 넘어간 경마인구가 고착화되고 계속 늘어날 가능성을 경마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합법경마로 유인할 환급률 인상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23일 경마업계에 따르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사단법인 대한범죄학회에 의뢰해 최근 발표한 ‘제5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국내 불법경마 규모는 연간 8조4500억원으로 추산됐다. 코로나 직전인 지난 2019년 보고서의 6조8900억원보다 1조5600억원(22.6%) 늘어난 수치다.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할 부분은 지난 2016년(3차 조사) 불법경마 규모가 8조2300억원에서 2019년(4차 조사) 6조8900억원으로 감소해 합법경마로 전환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지만,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합법경마 중단으로 불법경마가 2016년 수준 이상으로 악화됐다는 점이다.
사감위 실태조사는 국내 전체 불법도박 규모를 유형별로 전국 규모에서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사실상 국내 유일의 조사로, 지난 2008년부터 3~4년마다 전문기관에 의뢰해 보고서를 발표해 왔다.
사감위의 5차 실태조사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간 불법도박 이용자 등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 거리두기 방역조치가 한창이던 기간의 불법도박 이용실태가 포함돼 있는 셈이다.
불법경마 재증가 원인으로 사감위 보고서와 경마업계 모두 코로나 팬데믹으로 합법경마가 중단된 동안 합법경마 고객 일부가 불법경마로 돌아섰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지난 2020년 2월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경마장 폐쇄와 합법경마를 중단했다가 2021년 11월부터 부분 재개됐고, 지난해 4월부터 완전 정상화됐다.
불법경마뿐 아니라 팬데믹 기간에 온라인카지노 등을 포함한 전체 불법도박 규모도 2019년 총 81조5500억원에서 이번 조사 결과 총 102조7200억원으로 추정집계돼 사감위 실태조사 이래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합법사행산업의 다양한 경기가 중단된데다 비대면 온라인 불법도박의 접근성과 편의성 등이 맞물려 코로나 기간에 전체 불법도박 시장이 몸집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이 사실상 종료되고 합법경마가 정상화된 지 1년 넘었음에도 여전히 (합법)경마산업이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완전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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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7월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에서 고객입장과 베팅 없이 무관중 경마가 펼쳐지는 모습. 사진=한국마사회 |
마사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1월 부분재개 이후 (합법)경마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코로나 직전 매출의 85% 수준밖에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사회와 경마업계는 그 원인으로 △경제침체로 합법경마 고객의 자금사정 악화 △‘홀덤펍’ 등 신종 유사사행행위에 따른 고객이탈 △불법경마로 돌아선 고객의 불법시장 잔류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코로나 기간동안 불법경마에 손을 댄 일부 합법경마 고객이 여전히 불법경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번 보고서 역시 불법경마가 증가한 가장 큰 두 가지 이유로 불법경마의 가장 큰 매력(?)인 ‘온라인을 통한 높은 접근성’과 ‘높은 환급률(경마 고객의 지출 대비 환급받는 배당금의 비율)’을 꼽았다.
이 때문에 경마업계는 지난 5월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상반기 시행될 예정인 온라인 마권 발매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합법경마의 온라인 접근성을 높여 불법경마 이용자를 일정부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일부는 근본적으로 합법경마의 환급률(73%)과 불법경마의 환급률(88%) 격차를 줄이는 세제개편이 뒤따르지 않으면 불법경마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경마 고객은 "코로나 기간동안 합법경마 고객을 대상으로 불법경마 운영업체들의 핸드폰 문자 등 광고 활동이 활개를 쳤었다"며 "불법경마 운영업체의 ‘먹튀’나 적발·폐쇄 위험이 있어도 계속 불법경마를 이용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사람도 주변에 많다. 환급률 인상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