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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비트코인에 현물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유럽에서 잇따라 출시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과거 비트코인 선물이나 블록체인 산업에 투자하는 ETF를 선보인 바 있어 곧 대형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현물 투자 상품이 나올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곧 미국에서 현지 최초 비트코인에 현물 투자하는 ETF가 출시될 예정이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1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신청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6월경 블랙록은 SEC에 비트코인 ETF 상장을 신청했지만 이달 2일 거절당한 바 있다. 그러나 블랙록이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시장 감시 기구로 추가한 새로운 신청서를 제출하자, 이번에 상장을 허가받게 된 것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블랙록에 이어 위즈덤트리, 인베스코갤럭시 등 다른 운용사들도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럽의 자코비자산운용은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 개발을 마치고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유럽연합(EU)에서는 비트코인을 투자상품에 포함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자코비는 비트코인 ETF를 영국령 건지(Guernsey)섬에 등록한다는 계획이다. 건지는 전체 산업의 37%를 금융서비스업이 차지하는 역외 금융 중심지지만, EU에 속하지 않아 비트코인 현물 ETF 등록이 가능하다.
미국·유럽·대한민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현황 | ||
지역 | 자산운용사 | 현황 |
미국 | 블랙록 등 운용사 다수 | 7월 첫 SEC의 상품 승인 |
유럽 | 자코비 | 7월 중 EU 외 금융 중심지에서 출시 |
대한민국 | ? |
미국·유럽 등 금융 선진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각각 최초 출시될 움직임이 일자, 국내 금투업계에서도 해당 상품의 첫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국내 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비트코인 선물 ETF나 블록체인 산업에 투자하는 ETF 상품이 출시된 상태다. 그러나 대부분 국내 제도 문제로 인해 해외 시장에 선보였으며, 비트코인 현물에 투자하는 ETF는 아직 존재하지 않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2022년경 국내 시장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암호화폐 시장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가상자산 시장에 회의적인 당국의 태도 때문에 현재 개발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없는 상태다.
한 ETF 운용사 관계자는 "많은 운용사가 이미 비트코인에 대한 사전조사 및 연구를 마친 상황"이라며 "정부·당국의 스탠스가 바뀌는 대로 언제든지 상품개발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신규 ETF 상장을 승인하는 한국거래소를 포함한 금융당국은 아직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가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 제도상으로는 ETF의 기초자산으로 포함돼야 할 비트코인의 정확한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가 향후 기초자산에 의한 어떤 문제가 터지면 결국 투자자들이 피해자가 된다"며 "금융위를 포함한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에 관한 새로운 제도를 만들지 않는 이상 해당 상품을 승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단 금투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금융 선진국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자산가치를 사실상 인정하고, 국내에서도 토큰증권(STO) 등 블록체인 관련 자산 제도화가 시작된 만큼 곧 암호화폐에 현물 투자하는 ETF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비트코인 선물 ETF를 냈거나 현물 ETF 상품 개발을 시도했던 전적이 있는 삼성·미래에셋운용 등 대형사가 그 선두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