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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이차전지 조립공정 장비 전문기업인 필에너지의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필에너지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첫날부터 발행주식총수 대비 12%가 넘는 규모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상장 첫날 대규모 전환권 행사 공시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필에너지는 지난 14일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37% 급등하면서 마감했다. 공모가는 3만4000원이며 이날 종가는 11만4600원을 기록했다. 상승률로는 237.06%로 소위 ‘따따블’에 근접한 수치다.
종가는 공모가의 4배 수준으로, 이날 주식을 매도한 공모주 투자자라면 상당한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장 마감 뒤 필에너지는 공모주 투자자보다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투자자들이 있다는 소식을 알렸다. 바로 필에너지의 전환사채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이다.
지난 2021년 2월 160억원 규모로 발행한 제1회차 전환사채다. 연복리 3.0% 금리로 처음 1주당 행사가격은 33만3330원, 전환주식수는 4만8000주였으나 그동안 진행한 액면분할과 무상증자로 1주당 행사가격이 1만333원으로 내려가고, 발행 주식수는 120만주로 늘어난 상태였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오는 26일로 만약 이날까지 상장 첫날 종가 수준의 주가를 유지한다면 전환 사채 투자자는 160억원을 투자하고 1375억원을 회수한다. 수익률은 754%에 달한다.
해당 전환사채는 AIP자산운용의 ‘AIP Growth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9호’와 ‘AIP프리IPO공모주전문투자형사모벤처기업투자신탁 6호’, 그리고 SP운용의 ‘SP메자닌P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6호’이 가지고 있다. KB증권이 신탁해 운용 중이다.
한편 이번 지분희석 이슈는 필에너지가 상장 전 투자자들에게 고지했다. 지난 4일 회사가 내놓은 투자설명서에는 "향후 주식 관련 권리가 행사될 경우 상장주식수가 증가할 수 있으며 주식 수의 증가로 인해 주식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물량이 상장 직후 풀릴 수 있다는 것은 직접 고지하지 않고 해당 내용을 읽어보고 파악해야 해 아쉽다는 투자자들이 많다. 상장 직후에 투자자의 엑시트가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흥행에도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게 투자자들의 불만이다.
필에너지는 상장 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에서 181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회사의 희망 밴드 상단 3만원을 초과해 3만4000원으로 정해졌다. 일반청약 경쟁률은 1318대1을 기록하고, 청약증거금은 올해 최대 규모인 15조7600억원이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인 이번 전환사채 전환권 행사 이후에도 남아있다. 내년 3월부터 매도 가능한 임직원 스톡옵션이 있기 때문이다. 스톡옵션의 행사 가격은 8110원, 물량은 41만2500주로 총 발행주식총수의 4.20% 수준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첫날 전환사채 행사 공시가 나온 것은 처음 봤다"며 "상장사라면 전환사채의 강제 리픽싱 규제를 적용받지만 이번처럼 비상장사가 상장할 때는 규제가 없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