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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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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환율 하락은 시간문제, 경기침체가 분수령"…엔저 시대 끝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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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최근 급락세(엔화 가치 상승)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엔화 통화가치가 앞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주요 경제국들이 침체 국면에 빠지면서 수요가 안전자산인 엔화로 몰려들 것이란 분석이다. 작년부터 본격화된 엔저 시대가 마침내 막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엔화 환율이 변곡점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신호가 쌓이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를 기점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엔화 환율은 최근 들어 급격히 하락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2일 한국시간 오전 9시 40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9.69엔을 보이면서 약 한달 만에 140엔대를 밑돌고 있다.

엔화 환율이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까지 달러당 145엔대까지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엔화 강세가 확연히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화 통화가치는 이달에만 2.8% 오르면서 주요 10개 통화 중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였다.

옵션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은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방향으로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처럼 엔화 환율이 급락한 원인은 다양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은행이 이르면 이달부터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보단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통화긴축 여파로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기 불황엔 엔화 등의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리는데 공교롭게도 현재 엔화의 통화가치가 수십년래 약세를 보이고 있어 지금 엔화를 매수하기에 제격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가 분석한 결과, 엔화의 실효환율을 나타내는 지수는 지난 5월 1일을 기준으로 73.1을 찍었는데 이는 50년 평균치(113.6)를 밑돌며 197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다 리서치의 비라즈 파텔 전략가는 "글로벌 경제가 침체기로 빠질 리스크는 커지고 있고 연말과 내년에 접어들며서 그 위험은 갈수록 고조될 것"이라며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엔화 통화가치는 20% 가량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UBS의 도미닉 슈나이더 글로벌 환율 및 원자재 총괄은 미국의 경기침체 타이밍이 엔화 흐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등 미국 은행권 위기가 고조된 당시 엔화 가치가 급등했었던 점을 언급하며 올 연말 엔화 환율이 달러당 128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금융 시장에서 새로운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엔화 롱포지션은 위험회피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역시 경기침체 전망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면서 올 연말 엔화 환율이 달러당 130엔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엔화 강세 전망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지난 주에도 엔화 약세 베팅에 추가로 나섰고 헤지펀드들은 숏포지션을 더욱 늘렸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올해 엔화 환율 전망치를 기존 달러당 142엔에서 152엔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또한 올 연말에 엔·달러 환율이 145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 전략가는 경기 침체 등으로 연준이 내년 중순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에만 엔화 통화가치가 절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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