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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
스웨덴 나토 가입을 고리로 마지막까지 ‘밀당’을 벌이면서 유럽연합(EU) 가입과 미국 F-16 전투기 확보 초석을 다지면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3자 회담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회담에서 스웨덴 나토 가입 비준안을 튀르키예 의회에서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당일 오후까지만 해도 튀르키예 유럽연합(EU) 가입을 선결 조건으로 거론하면서 스웨덴 나토 가입을 또다시 막아설 것처럼 행동하다가 막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회담 후 발표된 공동 보도자료에는 쿠르드민병대(YPG) 및 쿠르드민주연합당(PYD), 페토(FETO) 등 튀르키예가 적대시 하는 조직들을 스웨덴이 지원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 재확인됐다.
스웨덴은 튀르키예에 대한 EU 무역장벽을 낮추고 튀르키예인이 보다 쉽게 EU를 방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이 가장 원했던 것으로 F-16 전투기 현대화 및 추가구매 사업 확정을 꼽는다.
튀르키예는 과거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면서 미국 전투기 판매 금지 대상에 올랐다. 튀르키예 전투기가 이웃 국가인 그리스 영공을 침범하며 영유권 분쟁을 벌인 것도 문제가 됐다.
앞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후 오랜 군사중립 정책을 폐기한 핀란드와 스웨덴 나토 가입에 튀르키예가 거부권을 행사하자 F-16 판매라는 당근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미 의회 반대로 보류된 상황이었다.
이런 미국 내 논의 정체는 이번 에르도안 대통령 승부수로 즉각 진전을 보였다.
미 국방부는 양국 국방부 장관이 "튀르키예, 스웨덴, 나토 사무총장 간 긍정적 대화에 관해 이야기 나눴고, 튀르키예 군사 현대화에 대한 국방부 지원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 상원 다수당이자 집권당인 민주당도 이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워싱턴DC 의사당에서 "튀르키예에 대한 F-16 판매를 보류한 것과 관련, 조 바이든 행정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를 이끌어낸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슈에 빠지지 않고 발을 담갔지만, 정작 분명한 지지는 보이지 않는 시간 끌기 전략을 구사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회담에 ‘동맹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에 버티기로 일관하다가 지도자들이 한데 모이기 시작하면 입장을 완화하는’ 에르도안 대통령 패턴이 또다시 재연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나토 내부에선 "(튀르키예의) 협박이 끝이 없다"는 불평과 함께 튀르키예가 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작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스웨덴과 핀란드 나토 가입에 찬성한다는 양해각서에 서명했으나 스웨덴에서 쿠란 소각 시위가 벌어진 상황 등을 들어 최종 동의를 미뤄왔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아슬리 아이든타스바쉬 객원 연구원은 "이게 그(에르도안)의 협상 스타일"이라며 "그는 가치에 대한 나토의 고상한 논의를 조롱하면서 이것을 단순한 ‘기브 앤드 테이크’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회담 이전에도 전쟁에서 주요 서방 국가들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도 보다 실질적인 결정과 이익들을 챙겨왔다.
튀르키예는 세계적인 곡물 생산지인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터지자 발발 첫해 우크라이나·러시아 흑해곡물협정을 중재해 세계적 곡물 가격 안정화에 도움을 줬다.
또 나토 회원국이면서 서방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아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이에 상대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챙겼지만, 튀르키예를 마냥 비난만 할 수 있는 국가들은 마땅치 않다.
우크라이나부터 튀르키예 덕에 곡물 수출길을 열었고, 종전 뒤 나토 가입을 위해서도 튀르키예 협력이 필수적이다. 우크라이나 보다는 종전 평화 협상을 넓게 열어두는 서방 역시 협상이나 나토 논의에서 튀르키예 협력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