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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휘석 주빅 대표. 사진=김철훈 기자 |
한낱 ‘목동’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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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미세바늘 ‘마이크로 니들’을 개발·생산하는 스타트업 주빅의 슬로건이다.
주빅은 마이크로니들 제형의 치과치료용 잇몸 국소마취제를 개발해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 승인을 신청, 올해 임상시험 돌입과 내년 국내 품목허가 획득, 오는 2025년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이크로니들 분야 후발주자이지만 우수한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아직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허가 사례가 없는 국내외 상황에서 ‘세계 1호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타이틀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1853년 발명 이후 170년간 의료계에 사용돼 온 주사기를 상당부분 보완하며 전 세계 환자의 바늘 공포증을 크게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니들’이야말로 주빅의 미래이자 세계 보건의료계의 미래인 셈이다.
◇주빅,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분야 기술 가장 앞서
주빅은 지난 2015년 정형일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교원창업기업으로 창업했다.
연세대 창업대상 수상,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핵심기술개발사업 과제 선정 등 가능성을 인정받은 주빅은 본사를 연세대에서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구로디지털단지)로 옮기고 정 교수의 제자이자 핵심 연구개발자인 양휘석 박사가 주빅 대표이사를 맡아 제품개발과 투자유치,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 교수는 주빅 최고전략책임자(CSO)이자 연세대 교수로서 주빅과의 공동연구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크게 기존 주사바늘과 같이 금속재질 등으로 된 비용해성 마이크로니들과 인체 내에서 녹아 약물과 함께 흡수되는 용해성 물질로 된 마이크로니들로 대별된다. 주빅은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주빅이 개발한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은 미용시술 등에 널리 사용되는 히알루론산 등 생분해성 고분자물질을 사용해 만든다. 마치 사탕처럼 상온에서는 딱딱한 형태를 유지하지만 원뿔 모양의 미세한 마이크로니들이 피부에 들어가면서 녹아 몸속으로 흡수된다.
기존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은 작은 마이크로니들이 피부를 뚫고 몸 안에 침투해 탑재한 약물을 안정적으로 인체에 전달하는데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주빅은 마치 달걀처럼 흰자(마이크로니들)가 노른자(약물)를 안전하게 감싸 안정적으로 체내에 약물을 전달하는 ‘에그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개발하고, 여기에 당뇨병 치료약물을 탑재하는데 성공, 지난 3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즈’의 표지논문을 장식했다.
또한, 약물을 탑재한 채 마이크로니들을 저온·진공 상태에서 5분만에 제조하기 때문에 약물의 변질·손상 우려도 덜었다.
특히,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은 마이크로니들이 부착된 패치(반창고)를 피부 위에 고른 압력으로 눌러주는 장치인 어플리케이터(적용기)가 필요한데, 기존 복잡하고 값비싼 적용기 대신 단순한 구조의 저렴한 적용기를 개발, 마이크로니들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
양휘석 대표는 "약물을 안전하게 감싸 정확하게 전달하는 ‘에그 마이크로니들 기술’과 마이크로니들을 제조하는 ‘원심성형공법’, 적용기 기술인 ‘랫치 어플리케이터 기술’은 모두 세계 최초로 개발된 기술"이라며 "마이크로니들 성형(제조)기술과 약물탑재기술, 전달체(적용기) 개발기술 등 마이크로니들 상용화에 필요한 전(全) 과정의 원천기술을 모두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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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빅의 마이크로니들과 디바이스(적용기) 사용 모습. 사진=주빅 |
주빅은 우선 기존 주사기 형태의 잇몸 국소마취제 분야에서 마이크로니들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주빅은 국내외에서 ‘1호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타이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내심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첫 허가를 계기로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시장이 본격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양 대표는 "누가 되든 1호 허가가 나오면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이 현실화되는구나’라는 분위기와 함께 국내외 개발 움직임과 마이크로니들 제형 개선 노력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빅은 동아에스티 등 치료약물을 보유한 제약사들과 협력해 당뇨, 비만 등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 만성질환자를 위한 마이크로니들 의약품도 개발 중이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양 대표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백신’이다. 최근 코로나19 백신의 선진국-중저소득국간 수급 불균형에서 보듯이, 특히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은 중저소득국 보급이 중요한데, 기존 주사기 형태의 백신의 한계를 마이크로니들 백신이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마이크로니들 백신은 고체형태라 상온 유통·보관이 가능하며 간단한 교육만으로 접종자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냉장 유통·보관시스템과 의료인력이 부족한 중저소득국에서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마이크로니들은 기존 근육 주사가 아닌 면역세포가 많이 분포하는 피부에 투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백신의 면역강화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기존 주사기를 대체할 새로운 백신 투여 방식으로 마이크로니들을 가장 주목해야 하는 기술로 꼽고 있으며, 오는 2030년 마이크로니들 백신의 글로벌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빅 역시 지난 2월 백신개발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주선으로 인도의 글로벌 백신제조사 ‘바이오로지컬 이(Biological E)’와 패치형 장티푸스 접합 백신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했다.
양휘석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마이크로니들 백신은 주빅의 성장에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향후 백신을 비롯해 마이크로니들 제형이 적합한 모든 질병 분야에서 마이크로니들 치료제가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