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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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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원이 李 대통령 정면 비판…“‘산재 근절’ 지시, 건설경기 부진 길어질 것”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12 17:48

수정 경제전망 발표…2분기 GDP 성장세 기대감 온도 차
“반도체 관세 상향되면 성장률 더 낮아질 수도”…수출 증가세 둔화 예상

KDI, 8월 경제전망 수정 발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오른쪽)과 김지연 전망총괄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경제전망 수정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재명 대통령의 산재 근절 지시를 비판해 관심을 끌었다. KDI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유지했는데, 새 정부 들어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이 대통령의 산재 근절 지시 등 때문에 건설업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DI는 12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8%로 전망했다. 지난 5월 내놓았던 상반기 경제전망과 같은 수치다. KDI의 이번 전망은 다른 민간 기관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삼성증권(1.1%) 등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은 최근 1% 이상으로 높여 잡았다. 주요 해외투자은행(IB) 8곳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1%로 잡아 6월(0.8→0.9%)에 이어 두 달 연속 올랐다.


KDI는 0%대 성장률 전망을 유지한 주된 배경으로 건설투자 부진을 꼽았다. 상반기 건설투자가 기존 전망을 밑돈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가 지연돼 건설투자 회복이 지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8.1%)을 기존 전망보다 3.9%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특히 최근 6·27 대책 등 대출 규제 강화와 새 정부가 예방을 강조하는 '건설현장 안전사고' 관련 여파 등이 건설업 부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건설투자 전망은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올해 수출 증가율도 작년(6.8%)보다 크게 둔화한 2.1%로 전망했다. 하반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분별한 고율 관세 정책으로 1930년대 수준(16.4∼17.7%)으로 급상승했다.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 지수도 최근 10년 평균(232) 대비 15배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다만 미국 관세와 관련된 대외 여건은 기존 전망때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미국의 상호관세율과 철강 등 일부 품목 관세율은 올라갔지만 자동차 관세율은 10%p 내려가고 정보통신기술(ICT) 품목도 무관세가 유지되고 있어 큰 틀에서 영향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만 상반기 전망 때와 비교하면 올해 수출 증가율은 1.8%p 상향 조정됐다. 상품수출 증가율도 1.6%p 올려 잡았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세로 관세 효과를 피하기 위한 선제적 수출 효과가 크게 나타난 점이 반영됐다.


설비투자는 대외 불확실성에도 금리 하락세와 반도체 경기 영향으로 기존 전망과 유사한 1.8%의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는 소비쿠폰 등 소비부양책과 낮은 금리 영향으로 하반기부터 부진이 완화돼 올해 1.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두차례 걸친 추경 효과를 반영해 기존 전망보다 0.2%p 상향 조정한 것이라고 KDI 측은 설명했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2.0%로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상반기 전망보다 0.3%p 상향 조정한 것이지만 작년(2.3%)보다는 낮다.


유류세·공공요금 인상은 상방 요인이지만 소비부양책에도 수요 압력은 낮게 유지되면서 물가 상승세는 작년보다 둔화한다는 것이 KDI의 설명이다.


경상수지는 반도체 경기 호조와 교역조건 개선으로 올해와 내년 각각 1천60억 달러, 910억 달러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5만명으로 전망했다. 정부 일자리 규모 전망 상향 조정, 고용과 밀접한 민간 소비 개선 등을 반영해 상반기 전망보다 6만명 올려잡은 것이다.


KDI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1.6%로 전망했다. 상반기 전망치와 같다.


수출 증가율(0.6%) 둔화 전망에도 건설투자(2.6%) 등 내수 부문이 반등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보완한다는 것이 KDI의 설명이다.


건설투자는 건설수주 회복이 반영되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해 2.6% 늘 것으로 예상됐다.


민간소비도 내년 1.5% 늘며 올해보다 증가세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KDI는 미국과 주요국 간 통상 갈등이 격화하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져 성장률 등 전망치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를 수출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 발표된 반도체 품목 관세는 세부 사항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아 이번 전망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KDI는 설명했다.


KDI는 “우리 반도체가 대만·아세안 등에서 중간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교역국에 대한 반도체 관세 인상도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PF 시장 정상화 지연도 '전망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건설업체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건설투자 회복이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규철 실장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재정정책으로 민간 소비 증가율 전망이 상향된 점을 고려하면 금리인하의 시급성은 지난번보다는 많이 축소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재정·통화정책의 성장률 제고 효과와 관련해서는 “2차 추경으로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0.2%p, 연간으로는 0.1%p 상승하는 효과를 낸 것을 보인다"라며 “금리 관련 전망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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