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성우창

suc@ekn.kr

성우창기자 기사모음




‘일학개미’, 반도체·엔저 ETF에 주목… 올해 1억8000만달러 베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01 15:39

니케이 사상 최고치 따라 국내 투자자 몰려
엔저효과로 증시 호황...워런버핏도 주목
반도체, 미 장기채, 나스닥 ETF에 투심 몰려

clip20230601153047

▲도쿄증권거래소 CI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일본 니케이225 지수가 지난 5월 사상 최고치를 찍는 등 호조를 보이자, 국내 투자자들이 몰리는 ‘일학개미(일본+서학개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반도체·자동차 등 일본 주력 산업이 회복하는 등 갖가지 호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도 엔저 효과 및 반도체 등 사업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약 6% 상승한 끝에 3만887.88 포인트로 마감했다. 니케이 지수는 올해에만 20% 이상 급등했으며, 지난달 29일에는 3만1560.43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니케이 수익률이 하늘을 찌르자, 개인투자자도 일본 증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일학개미’의 등장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매수 규모는 올해 들어 2월까지 6000만달러대에 불과했지만, 3~4월 8000대로 뛰어오르더니 5월에는 1억7998만달러를 기록했다. 5월 한 달 순매수 규모는 3442만달러에 달한다.

연초 이후 지난 5월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증시에 1901만달러어치 순유입됐다. 이는 유로시장(1억160만달러) 다음으로 가장 큰 순매수량이며, 중국(1544만달러)보다 활발하다. 전통의 인기 시장이었던 미국(4억6437만달러 순매도) 및 홍콩(5383만달러 순매도)에서는 이탈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같은 일본 증시의 호황은 재개된 엔저 현상 및 주력산업의 회복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 26일 최근 52주 최고치(1004.17원)를 찍었던 엔화는 5월 급락한 끝에 최근 94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일본 주요 상장사들의 주식도 현재 저평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달 초 미쓰비시 등 일본의 5대 종합상사의 보유 지분을 모두 7.4%로 늘렸으며, 향후 추가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일본 증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일본 증시 강세는 엔화 약세 재개,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회복 등 다양한 대내외 호재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lip20230601152322

▲출처=한국예탁결제원



5월 한 달간 일학개미의 마음을 가장 많이 사로잡은 종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회사 글로벌엑스 재팬의 일본 반도체 ETF로, 총 2409만달러 순매수가 이뤄졌다. 이 상품은 일본 반도체 장비 및 소재 기업에 투자한다. 특히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는 2030년까지 자국의 반도체 관련 매출 규모를 현재의 3배가량인 15조엔(한화 약 145조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약 10년간 10조엔 이상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도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다시 상승 사이클을 타고 있어, 투자자들이 큰 수혜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순매수량 2위와 3위는 미국시장에 투자하면서 엔저 현상에 따른 환차익까지 고려하는 ETF다. 두번쨰로 많이 순매수(1126만달러)한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는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의 시세차익을 노리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헷지 상품으로 최근 두드러지는 강달러, 엔저의 영향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 손실을 방어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많이 순매수세(669만달러)한 ‘NEXT FUNDS NASDAQ 100(R) (UNHEDGED) ETF’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우량 기술주 100종목에 투자한다. 기술 중심 성장주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는 올해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을 타고 25% 가까이 상승해 국내 시장에서도 관련 ETF가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하는 중이다. 특히 이 상품은 언헷지 상품으로 나스닥 지수 외에 달러·엔 환율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관측된다.

이외 순매수 상위권은 개별 주식 종목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4위와 5위는 일본산 글로벌 스포츠용품 브랜드 아식스(295만달러), 세계 최대 전기모터 제조업체 니덱(168만 달러)이었다. 버핏 회장이 매수한 미쓰비시 등 종목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5월  일학개미 최대 순매수 종목
순위 종목명 순매수결제
1 GLOBAL  X JAPAN SEMICONDUCTOR ETF 2409만달러
2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 1126만달러
3 NEXT  FUNDS NASDAQ 100(R) (UNHEDGED) ETF 669만달러
4 아식스 295만달러
5 니덱 169만달러
출처=한국예탁결제원


하지만 이같은 열풍에도 불구하고 증권업계에서는 향후 일본 증시 투자를 고려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 증시에 호재가 됐던 엔화 약세 환경이 변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민 연구원은 "일본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전환에 신중한 모습이지만, 환율시장 개입 등 변화의 조짐이 확인되고 있다"며 "향후 미·일 금리차 축소 가능성, 누적된 엔화 매도 포지션, 역대 최저 수준의 실질실효환율도 높은 변동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suc@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