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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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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들도 예상 못한 구리값 폭락…그래도 가격은 오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30 11:52

기대 못 미친 中 회복...톤당 7910달러로 6개월만 최저치

구리

▲구리. 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글로벌 구리 가격이 올 들어 본격 강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과 달리 폭락 양상을 보이고 있어 시장 베테랑들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방) 효과가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나오면서다. 구리 재고 또한 급증세를 보이고 있어 가격 추가 하락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구리값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30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지난 24일 톤당 7910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11월 21일(7900달러)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지난 26일에는 부채한도 협상이 합의에 도달할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구리 가격 또한 톤당 8082달러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주간 상승률을 보면 6주 연속 하락세다.

구리 가격이 올해 최고점(1월 18일·9436달러) 대비 15% 가까이 떨어지면서 약세장을 앞두고 있는 것은 물론, 이달에만 6% 가량 폭락하는 등 하락세가 두드러진 상황이다.

이처럼 구리 가격이 맥 못추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면서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기준, LME 구리 재고량은 9만 7725톤으로 지난해 11월초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 흐름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구리는 각종 산업 분야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닥터 코퍼’로도 불린다.

여기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친 점이 결정적인 요인이다. 올해 초만 해도 구리 가격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에 힘입어 승승장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세계 최대 원자재 트레이더 트라피구라그룹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구리 가격이 12개월 이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중국 경제지표는 시장 예상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실제 4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18.4%, 5.6%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전망치(21%·10.9%)를 밑돌았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최근 투자노트를 내고 "중국의 실망스러운 4월 거시경제적 지표에 글로벌 금속 시장은 상당한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는 취약한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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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간 구리 현물가격 및 구리 재고 추이(사진=한국광물자원공사)

구리 가격이 예상과 다르게 하향 곡선을 이어가자 월가 고수들도 당황하고 있다. 원자재 시장에서 유명한 인물인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최근 투자노트에서 "우리처럼 강세론자들은 최종 수요 측면에선 둔화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고 공급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확인이 안된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고 있다"면서도 "이는 그러나 우리의 가격 전망이 틀렸다는 요점을 놓치게 만든다"고 밝혔다. 그는 "가격이 우리의 예상과 반대로 계속 움직이고 있다"고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단기적 가격 전망도 암울하다.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중국 진루이 퓨처스는 "부채한도 타결 이후 시장 우려감이 줄어들었다"며 "하지만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는 점차 둔화되고 있고 거시경제적 심리는 약화되고 있어 구리 가격의 지지폭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TD 증권은 구리 가격이 770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경우 매도세가 더욱 촉발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주 시장에서 헤지펀드들은 구리에 대해 2020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순 숏포지션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4월 중순부터 롱 포지션이 정리되는 동시에 숏 포지션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그러나 여전히 낙관론을 제시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구리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광산업에 투자하는 억만장자인 로버트 프리드랜드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구리 가격 폭락세와 관련해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수요가 매우, 매우 강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 등이 구리 수요를 대폭 늘리는 요인으로 지목하면서 "구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리서치 업체 퀀트 인상트의 휴 로버츠 분석 총괄은 "불황에 대한 닥터 코퍼의 가격이 어느 정도 반영된 상황"이라며 경기 침체가 실제로 닥치지 않는 한 구리값 반등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리서치 업체 CRU의 사이몬 모리스 금속 총괄은 향후 10년 동안 650만톤의 채굴 능력을 새로 확보하기 위해 개발업체들은 1050억달러 이상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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